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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

2006년 전북대 수의과 대학생 '실종' 미제 사건

by 두우주 202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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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현충일, 사라진 진실을 찾아서...

실종 전단 (출처 : KBS 창)
 

 

2006년 6월 6일, 전북대 수의과대학 4학년 이윤희 씨가 실종됐다.

 

2006년 6월 5일, 학교 근처 호프집에서 교수, 동기 등 40여 명이 참석한 종강 모임에 함께 있었던 그녀는 새벽 2시 30분쯤 화장실에 다녀온 직후 집에 간다며 자리를 떠났고, 이것이 동기들이 본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6월 6일은 현충일로 공휴일.

 

6월 7일, 평소 결석 한 번 안 하던 그녀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전날 집 앞까지 바래다줬다던 동기 김 씨가 점심때쯤에 그녀 원룸에 가보았으나, 안에 인기척이 없어서 그냥 돌아왔다고 한다.

 

다음 날인 6월 8일에도 그녀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점심때쯤, 남녀 동기 4명이 그녀 원룸에 찾아갔으나 여전히 인기척은 없고 잠긴 집안에서는 애완견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전북대 수의과 1학년에 다시 입학한 그녀는 지난 4년 동안 수의사의 꿈을 키우며 학교 근처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실종 며칠 전 6월 2일 밤에 알바를 끝내고 귀가하던 중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해서 신분증과 휴대폰, 수첩 등이 든 가방을 빼앗겨 휴대폰이 없던 그녀는 원룸에 있는 컴퓨터의 네이트온으로 과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던 중이었다.

오토바이 날치기 당시 자신의 상황을 커뮤니티에 게시한 그녀의 글 (출처 : KBS 창)

 

 사건 발생 

  1. 2006년 6월 6일 새벽 2시 30분쯤, 그녀가 종강 모임 자리를 떠날 때, 동기 김 씨가 따라나와 원룸 근처까지 바래다주고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한다. 정말로 원룸에 잘 들어간 걸까?
  2. 공휴일 이후 6월 7일, 그녀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종강 모임 때 원룸 앞까지 바래다줬다는 동기 김 씨가 그녀의 원룸을 방문했지만 인기척 없이 문이 잠겨 있어서, 외출했다고 생각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동기 김 씨는 원룸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왜 원룸 문을 열어보지 않았을까? 아니면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서 열지 못했던 걸까?
  3. 다음 날인 6월 8일에도 그녀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남녀 동기생 4명이 점심때쯤 그녀의 원룸에 가보았지만 여전히 현관문은 잠긴 채로 애완견 소리만 들렸고, 원룸 건너편 건물에서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어지럽혀진 방안이 보였다. 혹시 부모님께 갔는지 그녀의 가족에게 전화하였고 친언니의 허락을 받아 112 경찰과 119 구조대를 불러 잠긴 도어록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풀어 놓은 애완견 두 마리의 배설물과 말린 꽃다발, 신발 등으로 심하게 어지럽혀진 상태였다. 그녀는 평소, 애완견들을 다용도실에 격리시키고 외출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누군가 일부러 애완견들을 방 안에 풀어놓은 건 아닐까?
  4. 남녀 동기 2명은 출동한 경찰과 함께 파출소로 가서 '가출신고서'를 작성했다.
  5. 원룸에 남은 김 씨와 여자 동기는 그녀의 가족들이 오는데, 너무 지저분하다면서 방을 청소하고 물걸레질을 했다. 방안에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원룸 앞이 아닌, 멀리 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내다 버렸다.
  6. 김 씨와 함께 원룸을 정리하던 여자 동기가 어쩌다 세탁기를 열어 보고 탈수된 수건 4장과 속옷 1장을 목격했고, 이후 파출소에 다녀온 다른 여자 동기가 방바닥에 있던 지저분한 얇은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가동시켰다. 수사 단서가 될만한 것들이 모두 처리됐다.
  7. 4명의 동기들은 그녀를 염려해서 찾아와 가족에게 연락을 해 주고, 몇 시간 동안 이런저런 궂은일을 하면서 도어록까지 새로 설치해 주었지만, 6시쯤 도착한 그녀의 가족을 기다리지 않고 떠났다. 가족들은 6월 8일 저녁 6시쯤 원룸에 도착했고, 새로 설치한 도어록은 잠겨 있지 않았다. 고맙고 친절한 동기들은 새 도어록까지 설치하고는 왜 잠그지 않았을까? 임시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전화로 알려주거나, 한 명쯤 남아서 가족을 기다려 주지 않고, 왜 모두 가버린 걸까? 부서진 도어록은 버렸나?
  8.  

당시 종강모임 장소와 원룸 위치 (출처 : KBS 창)수사 내용

 

 

 수사 내용 

  1. 6월 10일 서울 여의도의 모 호텔에서 누군가 그녀의 계정으로 음악 사이트에 접속하고 이메일을 확인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2. 원룸 주민 중에 비명이나 싸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등,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이 없었다.
  3. 6월 6일 새벽 2시 58분에서 3시 1분 사이, 원룸 컴퓨터에 '112'와 '성추행'을 검색한 인터넷 기록만 남아 있고, 4시 21분에 컴퓨터 전원이 수동 종료되었다. 컴퓨터 포렌식 결과, 그녀는 평소 컴퓨터 전원을 끄지 않고 며칠씩 사용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었고, '자동 종료'를 설정해 둔 상태였다.

 

2006년 6월 실종 사건이 발생하고 18년이 흘렀지만 가족들은 성실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던 그녀의 실종에 얽힌 진실을 여전히 찾고 있다. 그녀가 원룸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마지막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그녀가 집에 들어온 이후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하여 실종된 것으로 추리되지만, 그날 입었던 외출복 그대로 사라진 그녀가 원룸에 돌아왔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어 보인다.

 

어떤 의도가 개입되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공교롭게도 휴대폰 분실과 공휴일이 얽혀 있어서 며칠이 지난 뒤에야 겨우 경찰 수사가 이루어졌고, 초동 수사에서 '성인의 단순 가출'로 처리되어 그녀의 원룸 공간을 '보존'하지 않고 깨끗이 청소하는가 하면, 컴퓨터 포렌식 중에 일부 자료가 삭제되는 등, 사건 당시의 안이한 대처와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오류가 겹치면서 안타까운 미제 사건이 되었지만, 연로해진 아버님과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고, 누군가 사건과 관련해서 기억나는 조그마한 실마리라도 알려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출처 = 팟빵 '크라임', KBS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