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문화

무량판 구조가 위험할까요?

by 두우주 2023. 8. 15.
728x90

건축공법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건축공법의 하나인 무량판 공법은 상부의 하중을 지탱하는 '보'나 '내력벽' 없이 기둥으로 콘크리트 천장(슬래브)을 지탱하는 공법이다.

 

 

아파트 건축에는 벽식 구조, 기둥식 구조, 무량판 구조의 3가지 공법이 주로 사용된다.

 

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는 대부분 '벽식 구조'였다.

벽식 구조는 기둥 없이 내력벽으로 천장을 받치는 구조이다. 벽이 하중을 지탱하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어렵고 층간 바닥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층인 슬라브가 얇아, 층간 소음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기둥식 구조는 90년대 이후의 주상복합아파트에 주로 적용됐다.

수평기둥인 '보'가 천장을 받쳐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로, 벽이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리모델링과 공간 활용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무량판 구조는 없을 무(無)와 대들보 량(梁)을 쓰는 명칭처럼 기둥 사이에 하중을 지탱하는 수평구조 부재인 보(대들보, beam)가 없고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수직재의 기둥(코어)에 슬래브(slab)가 바로 연결되는 공법으로, 공간활용도가 높고 공사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지하 주차장에 많이 적용되었다.

 

또한 내력벽이나 보 없이 기둥이 슬라브를 지탱하는 구조로, 실내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어서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많이 사용되는 형식이며 벽식 구조에 비해 슬라브를 두껍게 구성해서 층간 소음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보 역할을 슬래브가 대신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두꺼운 슬래브가 필요하고 주거용 건축물에 적용하면 일반적인 벽식 구조와 다르게 실내에 굵은 기둥이 튀어나와 있고, 내력벽이 없어서 벽간소음이 야기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무량판구조가 아파트에 처음 적용된 것은 1970년대 지어진 압구정 현대아파트이다. 당시엔 '신공법'으로 불리며 현대건설에서 선도했지만 1995년에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자, 무량판 구조에 대한 공포감으로 적용이 어려워졌다.

 

이후 2003년에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로 부활하는데, 2013년 삼성동 아이파크 25층에 헬기가 부딪히면서 외벽이 일부 무너져 삼풍처럼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건물 구조는 손상을 입지 않았다.

 

그리고 2010년대 이후 평면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고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주거용 건축물로 확대되어, 리모델링이 용이한 '가변형 벽체' 구조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중심으로 무량판 공법이 사용되었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건설업계는 시공이 용이한 벽식구조와 무량판 구조를 혼합한 무량판 복합구조를 도입했다.


무량판 공법은 연결부를 제대로 보강하지 않아 펀칭전단(뚫림 전단) 현상이 발생하면, 삼풍백화점(1995년 6월 29일)이나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같은 붕괴사고의 위험이 존재하지만 설계와 시공에 원칙을 고수한다면, 결코 붕괴에 취약한 구조가 아니다.

 

인허가 과정부터 비리로 시작한 삼풍백화점은 불법 증축과 개조를 하면서 구조를 강화시키기는 커녕, '일자형' 철근을 사용하여 건물 하중을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 사고 조사과정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1년 만에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건물이었지만, 6년이나 버틴 것은 무량판 구조의 공법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30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한 대한민국의 다단계 하도급 건설 현장에서는 설계대로 시공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고, 설계단계에 문제가 없더라도 건물주의 욕심으로 구조를 변경하고 제대로 보강하지 않으면 삼풍백화점 같은 끔찍한 대참사가 또 발생하는 것이다. 

 

올해 발생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 조사 결과를 보면, 시공문제가 5건, 설계단계에서부터 문제가 10건이라고 한다. 결국 무량판 구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무작위 설계변경과 현장 관리감독 부재, 부실시공, 엉터리 감리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무량판이 아니라 우주 최강의 공법을 적용한들, 철근 빼고 부실한 콘크리트로 타설 하면서 건물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전 세계는 대한민국의 빠른 성장에 놀라고 있다. 

우리 민족의 '빨리빨리' 문화와 '절약정신'이 없었다면 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를 이렇게 빨리 복구하고 선진화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알고도 방치했던 사회 전반에 만연된 전관비리와 악화된 절약정신,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관리 시스템에 안전둔감증까지 더해져 후진적 인재사고가 심각해지고 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우리나라와 외국인 건설노동자의 명복을 빌며,

전수조사로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국토부의 의지를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