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노벨상을 수상한 영국 시인 T. S. 엘리엇(1888~1965)이 1922년에 발표한 장편시 '황무지'의 첫 구절로, 1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유럽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모더니즘 작품이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세계대전과 탈식민지화를 거치면서 현대 민주 사회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전범국 일본에 대한 UN의 신탁통치 과정에서 일본이 아닌 한반도 북위 38도를 경계로 미국과 소련이 각각 주둔하면서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다.
1946년 북쪽에서 김일성이 친소 정부를 수립하자 남측에서도 이승만이 반공 이념에 기반한 친미 정부를 수립하고 상호 대립하면서 우리 근현대사는 이념 갈등에 따른 국민들의 희생으로 얼룩져 있다.
며칠 전 4월 3일은 미군정의 폭정에 저항하던 제주도민들이 군경과 반공 토벌대에 의해 갓난아기와 노인까지 무자비하게 학살된 제주 4·3 (1947년 3월 1일 ~ 1954년 9월 21일) 희생자를 기리는 76주기 추념일이었다. 시위가 공산당에 의해 점화됐든 아니든, 광복 이후 혼란한 좌우 체제 논리에 제주도가 희생의 장이 된 것이다.
그날 오전, 라디오를 통해 여객선 사고 소식을 처음 들었다. 탑승객은 대부분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는 생기발랄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바다에 비스듬히 잠긴 여객선과 유리창 너머 보이는 아이들... 모두를 구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고 얼마 후 당연하게도 '전원구조' 뉴스가 보도됐다. 그것이 실수였다고 할 때도, 조급한 마음에서 나온 해프닝이겠거니 했다. 어딘지도 모르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조난당한 것도 아니고, 국민 모두가 보고 있는데 모두 무사히 구조될 거라고 믿었다. 오후 늦게 선체가 전부 잠겨버렸는데 아직도 구조를 못하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밤새 조명탄을 터뜨리며 구조한다고 했다. 배가 사라진 검은 바다에는 커다란 부표들이 떠 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 지나도록 구조된 사람은 없었다. 처음부터 구조 작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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