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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국내 첫 기후 소송 4건, 헌법재판소 판결의 시간

by 두우주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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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4월 2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판정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사건(2020헌마389 등)'에 대한 변론이 개최됐다.

 

출처 = 서울신문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합헌인지를 심리하기 위한 이날의 공개변론은 2020년 3월 13일 청소년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제기한 헌법소원과 지난 4년간 제기된 다른 3건의 기후 소송을 병합하여 진행한 국내 최초의 '기후소송'답게 104석 규모의 헌재 대심판정이 방청객들로 꽉 채워졌다.

 

 

 

출처 = 그리니엄

 

 청소년기후소송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24.4% 감축한다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현, 탄소중립기본법)'은 청구인들의 생명권과 환경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시민기후소송 

정부가 2019년 9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탄소중립기본법'으로 대체하고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줄이기로 법제화한 것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방기한 위헌적 법률'이라며 그해 10월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아기기후소송 

2022년 6월, 5세 이하 영·유아 등 62명이 제기한 일명 '아기기후소송'으로, 정부의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과소 설정되어 아기들의 생명권과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 

정부의 탄소중립기본계획은 20년을 계획기간으로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되어 있는데, 2023년 4월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기본계획'의 계획기간은 2030년까지의 목표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2년까지는 무계획일 뿐만 아니라, 재원 조달 방식마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2023년 7월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주된 쟁점은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의 여부"라고 말하고 "최근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다양한 결정이 선고되었고 얼마 전엔 유럽인권재판소가 스위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하여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내려 국내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등,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간가량 진행된 첫 공개변론에서 양쪽 대리인들은 정부의 감축 목표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내용의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키기에 미흡한지를 두고 상호 열띤 공방을 벌였다.

 

출처 = 헌법재판소

 

 

 우리나라는 이제야 헌법재판소에서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시작됐지만 세계 각지에서는 이미 국가를 상대로 한 기후소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구 곳곳의 기후위기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 전 세계 법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더 많은 시민·지역사회가 정부와 기업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기후소송에 나서고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가 최근 펴낸 '세계기후소송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 드물게 이뤄지던 기후소송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1986년부터 최근까지 51개 국가에서 2340건(2023년 집계)의 기후소송이 제기됐다고 한다.

 

 

출처 = 한겨레

 

 네덜란드의 환경단체 위르헨다가 2013년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19년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것을 시작으로, 2020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독일 정부의 탄소제로 정책 목표가 불충분하다며 위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일(현지시각)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고령자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하며, 정부의 부적절한 기후위기 대응을 '인권침해(유럽인권협약 제8조 위반) 문제로까지 판결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미국 하와이에서는 오는 6월, 10대 청소년 14명이 '정부의 교통시스템 관리 부실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하와이 주 교통부가 화석연료 소비 촉진과 온실가스 생성을 돕는 고속도로 개발 계획을 추진함에 따라 주 헌법에 명시돼 있는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게 핵심 주장인데, 지난해 8월 미국 몬태나 주 지방법원이 '주 정부의 화석 연료 개발 정책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원고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결한 이후의 첫 사례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처 = 한겨레

 

 또한 지난해 1월 칠레와 콜롬비아가 미주인권재판소'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의 법적 의무를 명확히 해달라'며 권고 의견을 요청한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주인권재판소의 권고의견은 미주 지역 법원들에 지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방출한 북반구 국가에 손실·피해 보상과 관련한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한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되는 한편, 이와 관련해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와 브라질에서 다양한 기관 및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는 개인들의 의견을 듣는 공개변론도 예정되어 있다.

 

[출처 = 한겨레, 서울신문, 그리니엄, 헌법재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