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 마스터 기욤 뮈소의 장편 스릴러
원 제 | Angélique
지은이 | 기욤 뮈소
옮긴이 | 양영란
출판사 | 밝은세상
주 제 | 액션, 스릴러 소설
기욤 뮈소 (Guillaume Musso)
1974년 프랑스 앙티브에서 태어나 니스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몽펠리에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한 후 국제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에 꿈과 리듬을 불어넣는 작가로, 첫 소설 《스키다마링크》에 이어, 2004년 두 번째 소설 《그 후에》를 출간하며 프랑스 문단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그 후에》부터 《안젤리크》까지 19권의 소설 모두가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매년 《르 피가로》지와 <프랑스서점연합회>에서 조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순위에서도 8년 연속 1위에 올랐으며, 세 번째 소설 《구해줘》는 아마존 프랑스 8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무려 200주 이상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었다.
양영란 (옮긴이)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통신원을 지냈고,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인생은 소설이다》 등 다양한 프랑스 도서를 한국에 소개하고 있으며,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했다.
대표 번역서로는 《인생은 소설이다》, 《아가씨와 밤》, 《미국의 상페》, 《계속 버텨!》 등이 있다.
목차
I 루이즈 콜랑주
1. 첼로를 켜는 소녀 2. 스텔라 페트렌코의 추락 3. 불가능한 수사 4. 비상식적인 시간
II 안젤리크 샤르베
5. 바리케이드의 이쪽 저쪽 6. 약간 정신이 나간 여자 7. 자기 자리 차지하기 8. 선을 넘다 9. 집안의 딸
III 마티아스 타유페르
10. 흔적 남기지 않기 11. 은둔형 외톨이 12. 에투알 광장 13. 질서와 무질서 14. 찢어진 마음 증후군
15. 빨간 외투의 사나이 16. 암흑 속에 잠긴 영혼 17. 레나 칼릴 18. 집 안에 숨어든 두 명의 살인자
IV 단상
베네치아를 강타한 역대급 밀물 / 폭풍이 지나고 난 뒤 / 명예 법정 / 기자의 죽음 / 목신의 피리 /
알리스 베커 / 레바논의 봄 / 몽파르나스 묘지
옮긴이의 말
나는 휴대폰 화면에 눈을 고정시키고 여러 역을 지난다. 드랑시, 라쿠르뇌브, 북역, 샤틀레 레알, 생미셸 노트르담에서 환승을 한 번 하고 나서 나는 목적지로 향한다.
오르세 미술관 역에 도착하는 순간 비로소 해방감이 든다. 코로 스며드는 신선한 공기, 센 강, 갈매기, 두 개의 시계탑, 아치를 이고 있는 루아얄 다리가 차례로 시야에 들어온다. 파리는 다른 세상이다. 심지어 날씨까지도 맑게 개었다. 비가 그친 하늘에서 구름 사이로 맑은 햇살이 얼굴을 살짝 내민다. 생토마다켕 구역을 가로지르면서 나는 다시 길게 숨을 들이마신다. 내가 더는 교외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파리 시민 같은 기분이 든다. 소나기가 도시를 깨끗하게 씻어주어 벨샤스 가의 건물들이 새로 찍은 주화처럼 반짝인다.
자, 힘을 내는 거야.
· · ·
나는 스텔라의 아파트가 마음에 든다. 실내장식이나 지붕 위의 탁 트인 전망, 왁스칠이 잘된 마룻바닥까지 전부 내 스타일이다. 왕년의 에투알 무용수는 수다 떠는 걸 좋아할뿐더러 재치와 유머도 있다. 스텔라는 각종 책들과 영화들을 나에게 추천해 주는가 하면 발레리나 시절에 겪은 흥미진진한 일화들을 들려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침내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와 있다는 기분이 든다. 나는 언젠가 반드시 큰 물에서 노는 사람이 되리라 마음을 다잡는다. 우울하기 그지없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교외 지역에서의 침울한 일상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나기.
나는 항상 학업, 만남 혹은 연애를 통해 더 높은 곳에 오르고자 안간힘을 써왔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카멜레온이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나는 나를 붙잡아두고 있는 어린 시절의 경계를 넘어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날이 찾아올 거라 굳게 믿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낙담을 거듭하는 동안 내 꿈과 확신은 어느새 초라하게 쪼그라졌다. 그 대신 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이 뭔지 잘 알게 되었다. 내 안에는 상반되는 정체성을 가진 존재들이 공존한다. 천사와 악마. 기분이 좋은 날에는 불안, 좌절, 분노를 잠재우고 혼돈에서 벗어나 즐거운 상상에 빠져든다. 사람들은 그럴 때의 나를 상냥하고 침착하고 매력적인 여성이라며 엄지를 세운다. 스텔라 또한 나를 그런 여성이라 생각한다. -p106~108
나는 평소에도 밤바람을 쐬고 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좌절감이 희석되어 버리면서 건설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나는 늘 삶의 핵심에서 비켜나 있다. 나 자신의 삶에서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절망감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나는 내 인생을 직접 연주해내지 못하고 늘 구경꾼 위치에 머물러 있다. 어디로도 떠나지 못하고 공항이나 역 주변에서 서성인다.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나 자신을 질책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어떻게 하는 것일까?'라는 노랫말이 있다. 나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인생의 톱니바퀴에 나를 제대로 끼워 맞추지 못하며 살아왔다. 나는 늘 나의 삶에서 저만치 비켜서서 허우적대다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자주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진정한 내가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내가 아니다.
약간 정신이 나간 여자.
나를 가리키는 이 표현이 딱 들어맞는 순간들이 있다.
안젤리크, 넌 약간 정신이 나갔어.
엄마는 자주 그렇게 말한다. 한때 내 친구였던 여자들도 그렇게 말한다. 내 인생에 잠시 끼어들었던 남자들도 그렇게 말한다.
넌 약간 정신이 나갔어.
바리케이드 반대편에서는 삶이 다른 밀도로 굴러간다고 생각하다니? 인생의 소금이 되어주는 삶의 작은 행복들을 믿지 않다니? 새로운 삶이 가능할 거라 믿으면서 도망치기를 바라다니? 항상 '무심한 지혜보다 광적인 열정'을 선호하다니? 게임이나 하고, 가끔 포르노 영상이나 보는 주제에 시큰둥하게 작업을 걸어오는 저비용 남자들보다 나은 남자들을 원하다니?
그런 말끝에 항상 '넌 약간 정신이 나갔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p125~126
인정사정 보지 않는 가혹한 돌풍에 내가 세운 허약한 종이성이 단숨에 산산조각 날 수 있는 위기가 밀어닥친다. 하지만 나의 내면에서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던 힘이 용솟음치고 있다. 불길은 나를 태워 재로 만들어버리는 대신 내 안에 고갈되지 않는 샘이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일깨워준다. 나는 비앙카에게 들려준 내 시나리오와 새로 주어진 삶이 마음에 든다. 비록 거짓말을 토대로 쌓은 성이라고 할지라도 현실을 조금씩 수정해 픽션과 어느 정도 일치하게 만들어보기로 결심한 이유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내 요람을 찾아온 요정들은 나에게 약간의 분별력과 함께 광기를 선사해 준 게 분명하다. 그 덕분에 나는 오늘 이 모든 위험을 감수하기로 한 짜릿한 결정에 전율하고 있다. -p137
내가 수립한 계획은 내 자신이 모든 관련 변수를 제어할 수 없다는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는 지난 20년 동안 기회를 노려왔다. 완강하게 닫혀 있는 창문 하나가 활짝 열리기를 기다린 지 어언 20년이다. 적어도 한 번은 인생을 바꿀 기회를 만나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이 바로 나에게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카이로스라고 부르는 기적의 순간이다.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과감하게 행동에 나서야 한다.
행동하라. 창문이 다시 닫히기 전에. -p147
지구에서 살면서 가장 끔찍한 건 모든 사람이 나름의 이유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_장 르누아르 -p151
진정한 삶을 살지 못하니 사람들은 신기루로 연명한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언제든 그게 나을 테니까. _안톤 체호프 -p197
한 인간의 진실은, 무엇보다도, 그가 감추는 것이다. _앙드레 말로 - p213
2021년을 떠나보내는 파리는 평소보다 훨씬 느리게 돌아가고 있었다. 코비드-19로 끔찍했던 2020년에 이어 2021년 역시 암울한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순진한 사람들은 이제야 세상이 예전과 똑같이 돌아가는 것에 만족을 표했다. 사실은 예전과 똑같다기보다 훨씬 더 못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디에서나 회의주의와 불확실성이 난무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친 열차가 폭주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폭주 열차를 멈춰 세울 수단이 준비되어 있을 거라 믿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승패는 이미 결정되었고, 인간은 패배했다. 지구는 점점 더 살기 힘든 별이 되어갈 것이고, 허술한 사회연계망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이다. -p224~225
우리에게는 늘 함께 지내는 동반자가 있으니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러므로 그가 상냥한 동반자가 되도록 다루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경멸하는 사람은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_장 지오노 -p270
안젤리크는 비로소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았다. 새로운 삶은 오직 그녀 스스로 쟁취했다. 그녀의 작은 두 손과 뛰어난 두뇌를 영리하게 활용해 이룬 결실이었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하던 철부지 아가씨가 이룬 놀라운 성과였다.
· · · 식사 시간 내내 기자는 그녀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느라 여념이 없었다. 안젤리크의 업무, 외모, 유머 감각, 심지어 신고 있는 구두도 찬사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들의 태도가 사회적 위치에 따라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바뀌는지 알 수 있었다. 매혹적인 동시에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다수 사람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견이나 확신 없이 살아간다는 의미이니까. 사람들은 그저 무리를 따라 몰려다니고,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아웃사이더로 몰려 소외당할까 봐 두려워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런 소신이나 개성도 없이 늘 충성 서약이나 하면서 굽실거리며 살아가는 존재들. -p303~304
마티아스는 열차의 두 칸 사이에서 망설인다. 그는 그 순간에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는 선택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왼쪽 칸에는 엘리아스 압베스와 그의 친구 두 명이 타고 있다. 왼쪽 칸에 오르게 되면 생지옥으로 직행하는 여행길에 오르게 되리라는 걸 알지 못한다. 그 반면 오른쪽 칸에는 평범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p344
그는 인생에 긍정적인 닻을 내렸다. 산산조각 난 심장을 하나씩 이어 붙여가며 이룬 결실이었다. 그의 상처는 아직 뚜렷이 남아 있지만 결코 자랑스러운 트로피나 무모한 항거의 표시가 아니라 인생을 감내하고 수용한다는 긍정의 표시였다. 그의 상처는 그에게 시련을 주었지만 결국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게 할 만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p354
우리 각자는 자기 안에, 이기든 지든,
자신의 개인적인 정의감에 따라 혼자 떠맡아야 하는 자기만의 전쟁을 품고 있다.
_저지 코진스키 (안젤리크, p289)
각자 서로 다른 정의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정당화시키며 살아가는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극적인 반전의 재미까지 즐길 수 있다.
'선의'가 결국 비난으로 돌아오고 '악의'는 승리하는 것처럼 보일 때...
나는 어느 쪽에 더 공감하는 인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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