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지도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원 제 | The Geography of Thought : How Asians and Westerners Think Differently ... and Why
지은이 | 리처드 니스벳
옮긴이 | 최인철
출판사 | 김영사
주 제 | 인문학, 이론 심리학, 문화이론
리처드 니스벳 (Richard E. Nisbett)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생각의 지도》에서 동서양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회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며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이다. 미시간대학교 문화와 인지 프로그램(Culture and Cognition Program) 공동 소장, 집단 역동 연구센터(Research Center for Group Dynamics) 소장을 지냈으며 사회적 인식, 문화, 사회 계급 및 노령화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아 사회심리학 연구에 크게 공헌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의 양대 심리학회인 미국심리학협회와 미국심리학회의 학술상을 모두 수상했고, 2002년 사회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미국과학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예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저서로 《생각의 지도》, 《인텔리전스》, 《마인드 웨어》, 《인간의 추론(Human Inference)》(공저) 등이 있다.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으로, 2000년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 부임했다. 2010년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를 설립하여 행복과 좋은 삶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에 행복 교육을 전파하고 전 생애 행복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행복의 심화와 확산에 매진하고 있다. 2017년 제8회 홍진기 창조인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프레임』, 『굿 라이프』 등이 있으며, 역서로 『생각의 지도』,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가 있다.
서론
심리학자인 나에게 인간의 사고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주장들은 그 시사하는 면에서 가히 혁명적이었다. _p17
동양과 서양의 사고에 존재하는 이렇듯 큰 차이의 기원은 무엇일까? 생물학적 요인일까, 그것도 아니면 언어의 차이일까? 경제 구조의 차이일까 아니면 사회구조의 차이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교육의 차이일까? 이러한 차이들은 수백 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
동양과 서양 사이의 매우 상이한 사고 체계가 과거 수천 년 동안 계속되어 왔고 지금도 그 차이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이 책에서는 역사적·철학적 증거들과 함께 민속지학, 조사 연구, 실험실 연구들과 같은 현대 사회과학의 연구 결과들을 총동원하였다. _p20~21
1 동양의 도와 서양의 삼단논법
고대 그리스와 중국의 철학, 과학, 그리고 사회 구조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였던 고대 그리스 문화는 자연스레 논쟁의 문화를 꽃피웠다. 호메로스는 남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근거로 전사로서의 전투 능력과 논쟁자로서의 논쟁 능력을 들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일개 평민일지라도 왕의 의견에 반기를 들고 왕과 논쟁을 벌일 수 있었고, 설득을 통하여 군중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 사정이 이러하니, 고대 그리스에서 독재가 그리 많이 발생하지 않았고 설사 독재자가 득세하더라도 곧 과두 정치나 민주주의(기원전 5세기경)로 대체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드레루스(Drerus)라는 도시에서는 시장의 임기가 끝난 뒤 10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다시 시장이 될 수 없도록 하여 독재의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_p28~29
그리스인들에게 있어서 개인이 특정 상황에 구속되어 있지 않은 독립적인 존재였다면,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개인은 '특정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이었다. 그리스인들이 연극이나 시 낭송을 관람하는 것을 특별한 일로 생각한 반면, 동시대의 중국인들은 친구나 친척을 방문하는 것을 특별한 행사로 여겼다. ······
중국인들은 또한 주변 환경을 자신에 맞추어 바꾸기보다는, 자신을 주변 환경에 맞추도록 수양하는 일을 중시했다.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통하여 가족과 마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통치자의 명령에 순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스인들에게 행복은 '자신의 자질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이었지만, 중국인들에게 행복이란 '화목한 인간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_p30~31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학파 수학자들은 한 수학자를 자신들의 학파에서 축출했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그 이유는 그 사람이 2의 제곱근과 같은 무리수(예측 가능한 일정한 패턴 없이 1.4142135······의 형태로 계속 진행되는 수)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기 때문이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대부분의 그리스 수학자들이 무리수를 실수(實數)로 간주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스인들은 세상을 분절적인 입자의 조합으로 보았기 때문에, 무한히 계속되는 성질의 무리수는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그리스인들은 2의 제곱근이 무리수라는 사실을 증명해 낸 증명법 자체에 대해서는 대단히 자랑스러워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모순법'이었다. _p49~50
2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 서양의 홀로 사는 삶
현대 동양인과 서양인의 자기 개념
저맥락(low context) 사회인 서양에서는 사람을 맥락에서 떼어내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개인은 맥락에 속박되지 않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자로서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이 상황에서 저 상황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고맥락(high context) 사회인 동양에서 인간이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동적인 존재로서 주변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_p55
다른 사람의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정도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 서양에서는 아이들에게 의사소통을 가르칠 때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대화에 임해야 하며, 대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하면 그것은 말하는 사람의 잘못이라고 강조한다. 이와는 매우 대조적으로, 동양에서는 아이들에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할 것을 강조한다. _p64
동양인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호의존적 단서들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의존적인 사람이 되도록 유도(점화)되고 있고, 서양인들은 독립적 단서들을 통해 독립적인 사람이 되도록 늘 점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든지 독립적인 사회에서 살면 독립적 단서에 노출되기 때문에 독립적인 방법으로 사고하게 되고, 상호의존적인 사회에서 지내게 되면 상호의존적인 단서에 점화되어 상호의존적인 방법으로 사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 이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특성들은 전적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결코 변할 수 없다는 주장이 타당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_p71~72
동양 문화권 내에서도 역시 많은 차이가 존재하며 심지어는 독립성과 상호의존성이라는 차원에서조차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도라 디엔은 "중국인들은 오륜으로 대표되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각 개인의 개성을 유지하는데 반해, 일본에서는 집단 속으로의 개인의 완전한 융합을 강조한다'라고 적고 있다. ······
이처럼 동양과 서양 내의 국가 간에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동양과 서양 사이에는 그러한 국가 간의 차이를 뛰어넘는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고대 중국에 논쟁이 없었듯이 현대 동양 사회에서도 논쟁은 미미하게 오갈 뿐이다. 반면, 서양인들에게 논쟁은 제2의 천성과도 같다. ······
논쟁의 전통이 없다는 사실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한국 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그전의 정부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하여 말하는 것조차 금지시켰다. 이는 서양인인 나의 관점에서는 무척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지난 40여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북한은 전적으로 실패한 체제를 고수해 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과 북한을 비교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논하는 논쟁이 벌어진다면 모두가 한국의 우월성을 인정할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논쟁의 전통이 없는 한국인에게는 옳은 주장이 결국 승리하리라는 신념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과거 한국 정부는 북한에 관한 정보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고자 했고, 북한에 관한 어떠한 형태의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서양인의 관점에서는 북한의 실상을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자국민을 보호하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_p74~77
앞서 언급했지만, 동양과 서양 사이의 이러한 차이가 동양 사람과 서양 사람 모두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서양 사회에도 동양인과 비슷한 사람이 있고, 동양 사회에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서양인에 더 가까운 사람이 있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한 개인의 특성이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 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동양인과 서양인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_p80
3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세상을 지각하는 방법의 차이
'세상은 단순하고, 따라서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 일 자체에만 신경 쓰면 된다'라고 믿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통제 가능한 곳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복잡하고 세상사는 예측할 수 없이 자주 바뀐다'라고 믿는 사람에게 세상은 통제하기 어려운 곳이다. _p97
어떤 의미에서 동양인과 서양인은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양인들은 작은 부분보다는 큰 그림을 보기 때문에 사물과 전체 맥락을 연결시켜 지각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전체 맥락에서 특정 부분을 떼어내어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낯설어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사물에 초점을 두고 주변 맥락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건과 사건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편이다. _p106
4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
동양과 서양의 인식론적 사고
'세상은 복잡한 곳'이라는 동양인들의 생각이 어쩌면 진실에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서양인들은 지나치게 단순한 모델을 가지고 세상을 파악하는 약점이 있지만, 반면에 동양인들은 수없이 많은 인과적 요인들 모두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예외적인 사건이 발생해도 그리 놀라워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_129~130
5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
동양의 관계와 서양의 규칙
다른 사람에게 차를 더 청하는 상황에서도 동양과 서양의 언어적 차이가 잘 드러난다. 중국인들은 '더 마실래?(Drink more?)'라고 묻지만, 미국 사람들은 '차 더 할래?(More tea?)'라고 묻는다. 중국인들의 관점에서는 그 상황에서 마시고 있는 것은 분명 '차'이기 때문에, 명사인 '차'를 문장 안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지만, 미국인들은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동사인 'drink'를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_p152
6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
서양의 논리와 동양의 중용
'모순에 대한 선호'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동서양의 차이는 매우 뿌리 깊은 근원을 가지고 있다. 고대 중국인들은 변증법적 사고라 부를 만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장 큰 특징은 모순이 되는 주장들을 타협을 통해 수용하는 것이었다. 모순되는 두 주장 모두에서 진리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 그 사고방식의 핵심이다. ······
도교의 창설자인 노자는 "사람들이 미를 미로서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추함에 대한 인식이 생겨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선을 선으로서 인정해야 마침내 사악함에 대한 인식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존재와 부재는 상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_p165~166
이런 결과들에 근거하여 볼 때, 동양인들은 타협에 의한 해결책과 종합적인 주장을 선호하며 서로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개의 모순된 주장을 자연스럽게 모두 수용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또한 스스로의 선택을 정당화해야 할 때에는, 명백한 원리에 의존하기보다는 절충점 혹은 중도적 입장을 추구한다. 비모순의 원리에 충실한 미국인에게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나 비모순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미국인들의 반응은 때로 불필요하게 극단적인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이러한 경향성은 동서양 철학자 모두가 염려하는 서양의 극단적인 논리주의의 병폐라고 할 수 있다. ······
만약 당신이 어떤 사람에게, "당신은 전반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때때로 울적한 기분에 빠지기도 하는군요"라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을 외향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당신의 마음 깊은 곳에는 내성적인 면도 있군요"라고 말해주면, 그들은 당신을 성격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의 소유자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그런 찬사를 들을 수 있는 이유는 당신이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당신이 한 말이 거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낙천적이면서도 때로는 우울해하고, 사교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내성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런 뻔한 말을 해주는 심리학자나 점술가, 혹은 누가 되었든 간에 그 사람을 '족집게'로 믿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고 부른다. 이 말은 '쉽게 속아 넘어가는 얼치기는 매 순간 태어난다'라는 표현을 했던 어떤 서커스단 주인의 이름인 바넘에서 기인한 것이다. _p176~178
7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 그 기원은?
경제구조와 사회적 행위
동서양 사고방식 차이의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은 고대 중국과 그리스의 서로 다른 생태 환경이다. 두 문화의 상이한 생태 환경은 서로 다른 경제적·정치적·사회적 체제를 초래했다. 아래 그림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인간 사고의 문화적 근원에 관한 견해를 보여준다. _p189
20세기의 심리학자들은 경제·사회적 요인들이 사람들의 지각 습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보여주었다. 심리학자인 허먼 윗킨스(Herman Witkins)와 그 연구팀은 '장의존성(field-dependence)'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는데, 이는 어떤 사물을 지각할 때 주변 맥락의 영향을 받는 정도를 지칭한다. 장의존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되는데 그중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 '숨은그림찾기 검사(Embedded Figures Tes)'이다. 이 검사는 복잡한 배경에 숨겨진 사물들을 찾아내는 것으로써, 장의존적인 사람은 주변 배경에 주의를 너무 기울여 숨겨진 사물을 쉽게 찾지 못하지만, 장독립적(field-independent)인 사람은 주변 배경에 영향을 덜 받고 쉽게 사물을 찾아낸다. _p198
8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
실생활에 주는 교훈
서양인들은 보편적인 정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고 판사나 배심원들이 공평무사한 결정을 내리도록 기대하는 반면, 동양인들은 상황 논리를 중시하는 것이 현명한 갈등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한 중국인의 말 속에 이러한 관점이 잘 드러나 있다.
『중국의 판사는 법을 추상적인 실체가 아니라 각 개인에게 따로따로 적용되어야 하는 융통성 있는 것으로 본다. 각 개인의 상황에 맞게 적용될 수 없는 법은 인간적이지 못하며 결코 법이 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에서 법이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
서양인들은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환을 거의 신앙에 가까울 정도로 신봉한다. 아무리 해로운 사상일지라도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서 그 실체가 결국은 드러날 것이므로 결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러나 동양의 경우, 이러한 가정은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_p205~206
서양과 동양의 종교가 서로 다른 것은 서양 종교가 '옳고 그름(right/wrong)'의 구조로 되어 있는 반면, 동양 종교는 '둘 모두/함께(both/and)'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동양 종교들은 타 종교에 대해 매우 관대하고, 서로의 교리를 흡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어떤 사람이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불교도이고 또 유교도인 것이 가능하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동양에서는 종교 전쟁이 거의 없지만 서양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격렬하게 진행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동양 종교는 순환과 윤회 사상이 특징적이며 타 종교에 대해서도 대단히 포용적이다. 이는 서양의 유일신 사상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_p212
사회심리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현상인 기본적 귀인 오류는 어떤 사람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적 원인보다는 행위자 내부의 원인을 더 중요하게 간주하는 경향을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동양인들은 서양인에 비해 이 오류를 덜 범하는 경향이 있으며, 오류를 범하더라도 더 쉽게 수정한다. 이 오류의 경우에 있어서만큼은 서양인들이 틀렸고 동양인들이 옳다고 할 수 있겠다. _p215
한국의 심리학자 최인철은 모순에 대하여 덜 민감한 사고방식은 지적 호기심을 마음껏 발휘하는 데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과학적인 사고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동양의 국가들이 보다 많은 과학자들을 양성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깊이 고려되어야 할 점이다. _p217
사회의 인종적 다양성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옹호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공존함으로써 교육적 환경과 업무 환경이 더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연구는, 상이한 사고방식을 가진 문화권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면 어떤 문제든지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과 기술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문제든지 같은 문화권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해결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함께 해결할 때 문제 해결이 훨씬 쉬울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_p222
에필로그 -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 충돌할 것인가, 통일될 것인가?
중국은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를 수용하는 데 있어서 아직까지는 그리 적극적인 것 같지 않다. 한국은 자유시장 경제를 비교적 전폭적으로 수용했지만, 한국의 정치가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수용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중국과 한국 모두 그 사고방식에 있어 여전히 동양적인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헌팅턴 교수가 지적했듯이, 서양인들은 산업화, 복잡한 직업 구조, 부, 사회적 이동성, 도시화 등의 근대화를 서구화로 착각하여 모든 국가가 근대화될 것이고 따라서 서구화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근대화를 달성했지만 그들의 주장대로 서구화되지는 않았다. 싱가포르나 타이완, 그리고 정도는 덜하지만 이란이 그 예이다. ······
만일 사회 구조, 가치, 신념이 하나로 수렴된다면 사고방식의 차이도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경험이 바뀌면 아주 단기간이라도 사람들의 사고와 지각의 방법이 바뀔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많은 연구에는 동양인과 미국인 외에 동양계 미국인이 참여했다. ······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이중문화적(bicultural)이다. 우리 안에는 다른 사람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상호의존적인 특징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려는 독립성이 혼재한다. 따라서 이 중 어떤 특성이 더 강하게 부각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적 특징을 보일 수 있다.
동양과 서양은 서로의 장점을 수용하여 두 문화의 특성이 함께 공존하는 문화 형태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마치 요리의 재료들이 각각의 속성은 그대로 지니면서도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듯이, 두 문화는 새로운 통합을 맞이할 것이다. 그 통합이 두 문화의 가장 좋은 특성들만을 모아놓은 걸작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_p226~230
역자 후기
동양과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법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은 학계에서도 이미 많이 지적되어 왔고 일반인들도 서양 문화와의 직간접 경험을 통하여 그 차이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두 문화가 정확히 '어떤 면에서' '어느 정도' 다른지, 그리고 그러한 차이의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 책만큼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감히 없어 보인다. ······
'생각의 지도'는 또한 한국 사회와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부자'의 시각뿐만 아니라 '외부자'의 시각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왜 동반 자살이 많은지, 왜 지역에 근거한 갈등이 많은지, 그리고 한국의 신문 사설에는 왜 양비론적인 시각이 자주 등장하는지와 같은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심리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그러한 이해는 '비교'를 통하여 더 온전해질 수 있다. _p231~232
'교육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시향의 찾아가는 연주회 「우리동네음악회」 (0) | 2024.03.24 |
---|---|
국민권익위에 '청탁금지법 혐의 조사 촉구'하는 2399명 민원 접수 (0) | 2024.03.20 |
3월 17일(일), 「2024 서울마라톤대회」 '코스 구간 교통통제' (0) | 2024.03.16 |
서울시민대학 '2024년 1학기 정규과정' 수강생 모집 (0) | 2024.03.12 |
저소득가구 학생, 2024학년도 교육급여 및 교육비 집중신청기간 (0) | 2024.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