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제 | Silent Spring (1962년)
지은이 | 레이첼 카슨
옮긴이 | 김은령
출판사 | 에코리브르
주 제 | 환경 생태학 인문교양분야 고전
레이첼 카슨
1907년 펜실베이니아 주 스프링데일에서 태어났으며, 작가의 꿈을 가지고 펜실베이니아 여자대학(현재, 채텀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던 중에 생물학으로 전공을 바꿔 1929년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시적인 산문과 정확한 과학 지식을 독특하게 결합해 쓴 1951년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게 되었고, 내셔널 북 어워드 논픽션 부문 수상을 비롯해 존 버로스 메달, 뉴욕 동물학회의 골드 메달, 오듀본 협회 메달 등을 받았으며 영국 왕립 문학회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미국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1962년 전 세계에 살충제 남용의 위험성을 널리 알린 《침묵의 봄》을 펴냈다. <애틀랜틱 먼슬리>, <뉴요커>, <리더스 다이제스트>, <홀리데이> 등 유력 잡지에 자연사에 관한 글을 기고했으며, 핵폐기물의 해양 투척에 반대하며 전 세계에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열성적인 생태주의자이며 환경주의자였던 레이첼 카슨은 1964년 56세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타임>이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됐다.
김은령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월간 〈럭셔리〉 편집장이자 번역가로 《바보들은 항상 여자 탓만 한다》 《비즈니스 라이팅》 《럭셔리 이즈》 등을 썼고, 《패스트푸드의 제국》 《침묵의 봄》 《나이 드는 것의 미덕》 《존 로빈스의 인생 혁명》 등 20여 권을 번역했다.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장을 지냈으며 《설득의 심리학 워크북》(김호 공역)을 옮겼다.
차례
감사의 글
서문: 린다 리어
01 내일을 위한 우화 / 02 참아야 하는 의무 / 03 죽음의 비술 / 04 지표수와 지하수 / 05 토양의 세계 / 06 지구의 녹색 외투 / 07 불필요한 파괴 / 08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 09 죽음의 강 / 10 공중에서 무차별적으로 / 11 보르자 가문의 꿈을 넘어서 / 12 인간이 치러야 할 대가 / 13 작은 창을 통해서 / 14 네 명 중 한 명 / 15 자연의 반격 / 16 밀려오는 비상사태 / 17 가지 않은 길 / 후기: 에드워드 O. 윌슨 / 옮긴이의 글 / 참고문헌 / 찾아보기
감사의 글
인간의 행위에 가장 먼저 대항하고, 우리를 둘러싼 이 세상에서 결국 이성과 상식의 승리를 위해 수천 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책이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중요한 몫을 한 이들에게 크게 빚졌음을 밝힌다. (레이첼 카슨) _ p9
서문
카슨은 과학적으로 탁월한 업적을 거둔 적 없는 아웃사이더였다. 먼저 그녀는 여성이었고, 그녀가 선택한 생물학은 핵의 시대에는 별로 인정받지 못한 분야였다. 그녀의 경력은 기존 관습에서 한참 떨어져 있었다. 특정 학회에 가입하지 않았고 특정 기관의 목소리를 대변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몇몇 전문가가 아닌 다수의 일반 대중을 위해 글을 썼다. 그런 독립심 때문에 상당한 손해를 봤다. 하지만 《침묵의 봄》이 출간될 무렵, 아웃사이더이던 카슨의 상태는 확실한 이점으로 작용했다. 과학계는 그녀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_ p14
1957년에는 앞으로 화학물질들이 지구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 확신했다. 유독성 화학물질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말미암은 환경오염은 오만의 결과이자 무지와 탐욕의 산물이라고 믿었고, 이를 정확히 증명할 책임을 느꼈다. 그녀는 과학과 기술의 산물은 '전체 생명계'의 안전과 이익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저 침묵하고 있다면, 나에게 평화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부단한 노력의 산물인 《침묵의 봄》은 결과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유독성 화학물질을 생태계에 그대로 흘려보내도록 허락한 정부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었다. 핵폭탄 낙진에 관한 대중의 지식을 적절히 활용해 카슨은 염화탄화수소계와 유기인산계 살충제가 식물과 동물, 더 나아가 인간의 세포 활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글로 설명했다. 또 과학과 기술이 이윤과 시장 점유율에 전념하는 화학업계의 시녀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_ p18
레이첼 카슨은 세상을 뜨기 전 자신이 무언가 변화를 만들어 냈음을 알았다. 그녀는 많은 메달과 상을 받았고, 사후인 1981년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제기한 문제가 빨리 또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부유한 이들이 전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카슨이 사망하고 6년 뒤 미국은 제1회 지구의 날을 제정했고 의회는 인간이 저지르는 만행의 완충 구실을 할 환경보호국 설립이 담긴 환경법을 통과시켰다. (린다 리어) _ p22
01 내일을 위한 우화
이 하천은 산에서 내려온 차갑고 맑은 물이 넘쳐흘렀고 송어가 알을 낳는 그늘진 웅덩이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최초의 이주자가 집을 짓고 우물을 파고 헛간을 세운 이후 이런 풍경은 계속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낯선 병이 이 지역을 뒤덮어버리더니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 ···>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 ···>
사과나무에 꽃이 피었지만, 꽃 사이를 윙윙거리며 옮겨 다니는 꿀벌을 볼 수 없으니 가루받이가 이루어지지 않아 열매를 맺지 못했다. _ p26~27
02 참아야 하는 의무
지구 생명의 역사는 생명체와 그 환경의 상호작용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넓은 의미로, 지구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물리적 형태와 특성은 환경에 의해 규정된다. 지구 탄생 이후 전체적인 시간을 고려할 때 그 반대 영향, 즉 생물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20세기에 들어서 오직 하나의 생물종(種), 즉 인간만이 자신이 속한 세계의 본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위력을 획득했다. _ p29
이런 피해를 입은 자연은 원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한데, 그 오염으로 인한 해악은 생명체를 유지하는 외부 세계뿐 아니라 생물의 세포와 조직에도 스며들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불러온다. 보편적인 환경오염에서 화학물질은 세상의 근원-생명의 본질마저도-을 변화시키는 방사능의 사악하고 비밀스러운 동반자 구실을 한다. _ p30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런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가? 아마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우리의 왜곡된 균형감각에 놀랄 것이다. 지성을 갖춘 인간이 원치 않는 몇 종류의 곤충을 없애기 위해 자연환경 전부를 오염시키고 그 자신까지 질병과 죽음으로 몰아가는 길을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저지른 일이다. 더구나 우리가 그 이유를 살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일은 계속되고 있다. 농산물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살충제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생산 과다'가 아닌가? 미국에서는 경작지를 줄이고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농부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정도다. 이렇듯 농작물 생산량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미국 납세자들은 1962년만 해도 10억 달러 이상을 잉여농산물 구입에 지불해야 했다. 1958년, 미국 농부무의 한 부서가 농작물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또 다른 부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토지 관련 규정에 따라 경작지가 감소하고 있다. 단위면적당 농산물 생산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화학약품 사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해충이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거나 해충 문제를 그대로 방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다만 해충 방제는 상상이 아닌 현실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져야 하며 화학약품이 곤충과 더불어 인간을 파멸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_ p33
아무런 대응책이 없다는 듯 우리는 화학물질이라는 죽음의 비를 수수방관하며 맞고 있다. 하지만 대안은 곳곳에 존재하며 인간이 특유의 지적능력을 발휘한다면 더 많은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 틀림없다. _ p36
우리 후손들은 생명체를 지지하고 있는 자연계의 존엄성에 관한 우리의 관심 부족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_ p37
장 로스탕(Jean Rostand)은 이렇게 말했다.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_ p38
03 죽음의 비술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류가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동안 위험한 화학물질과 접촉하게 되었다. 인류가 화학물질을 사용한 지 20여 년이 채 안 되는 동안 유기합성 살충제는 생물계와 무생물계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스며들고 있다. _ p39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서인지 사람들은 DDT를 별 해가 없는 물질로 여긴다. DDT의 무해성에 관한 신화는 전쟁 중 수천만 명의 군인, 피난민, 포로들의 몸에서 이를 박멸하는데 처음 사용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뿌려진 데다 즉각적으로 어떤 나쁜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 ···> 일반적으로 DDT는 지방 성분에 녹으면 상당한 독성을 발휘한다. <··· ···> 또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 간, 신장 그리고 장기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보호막인 강간막에도 쌓인다. <··· ···>
인체의 정상적인 화학 작용에서는 극미한 원인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 _ p44~45
이렇게 미량이지만 지속적인 독극물 축적, 음식에 들어 있는 유독물질로 인한 간 손상 등을 지켜본 미국 식품의약국의 과학자들은 1950년부터 "DDT의 잠재적 위험성이 과소평가되었다"고 주장해 왔다. 의학 역사상 이와 유사한 사례는 일찍이 없었다. 그렇기에 화학물질 남용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_ p47
04 지표수와 지하수
자연수야말로 우리의 자연자원 중 가장 귀중한 것이 되고 말았다. 지표의 가장 넓은 부분이 넘실거리는 바다일 정도로 물이 풍부한데도 사람들은 물 부족을 이야기한다. <··· ···> 인간이 자신의 기원을 망각하고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잊어버리는 순간, 물은 다른 자원과 더불어 무관심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_ p63
모든 먹이사슬을 지탱하는 것이 바로 물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마치 먼지처럼 작고 가벼운 식물성 플랑크톤에서 물벼룩, 물속의 플랑크톤을 걸러 먹고사는 물고기, 이 물고기를 먹고사는 다른 물고기들과 조류, 밍크, 너구리 등 먹이사슬은 한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 끝없이 연결되며 순환하고 있다. 우리가 물속에 흘려보낸 독극물도 이런 자연의 순환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_ p71
DDD 살포를 중단하고 23개월이 지났지만 플랑크톤에서는 5.3ppm의 DDD가 검출되었다. 거의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플랑크톤은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고 사라졌지만, 물속에서는 검출되지 않던 유독 성분이 세대를 거듭해 번식한 플랑크톤에서는 계속 발견되었다. _ p73
사람들을 위해 각다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아무 설명이나 이해 없이 살충제를 투여한 결과, 호수에서 식량과 식수를 공급받는 사람들을 위험으로 몰아가는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 _ p74
05 토양의 세계
대륙의 표면을 덮고 있는 얇은 층인 토양은 인간을 비롯한 지상 모든 생물의 생존을 결정한다. 토양이 없다면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식물이 없으면 동물 역시 살아남을 수 없다. _ p77
이들은 화학물질이나 방사능물질처럼 '잠재적으로 위험을 지니며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수단'의 사용에 관해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인간이 행하는 몇몇 잘못된 시도는 토양의 생산성을 파괴할 것이며, 결국 절족동물이 이 땅의 주인이 될 것이다." _ p86
06 지구의 녹색 외투
물, 토양 그리고 지구의 녹색 외투라 할 수 있는 식물들 덕분에 지상에서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다. 현대인들은 이런 사실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우리의 식량을 만들어주는 식물이 없다면,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물에 대해 우리는 정말로 편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각적인 이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식물을 잘 키우고 보살핀다. 하지만 지금 당장 별로 바람직하지 않거나 관심 없는 거라면 즉시 이 식물을 없애 버린다. _ p87
제초제로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 경박하게 권위를 행사하고, 제초제 사용에 곤해 장기적 인식과 그 불확실한 효과를 언급하면 '비관론자들의 근거 없는 상상'으로 무시한다. <··· ···> 길가의 '잡목'을 싼 값에 없애준다는 살충제 판매원과 열성적인 방제업자들의 이야기에 솔깃한다. 비용이 잔디 깎는 값보다도 싸다는 말 때문이다. 아마도 공식적인 회계장부에는 그 경제적 비용이 깔끔한 수치로 표시될지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비용은 돈으로만 환산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고려할 가치가 있는 숨은 비용도 포함한 것이어야 한다. 장기적 안목에서 볼 때, 화학물질을 대규모로 살포하면 주변 환경은 물론 이 환경에 의지하는 생물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히므로 그 금전적 비용은 훨씬 더 비싸질 것이다. _p93~94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마구 없애버리는 식물들은 사실 건강한 토양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흔히 '잡초'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런 자연적 식물 군락은 토양 상태를 나타내 주는 지표 구실을 한다. 그런데 화학 제초제를 사용하면 이런 유용한 기능이 상실되게 마련이다. _ p104
08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큰 지렁이 11 마리면 울새에게 치명적인 양의 DDT를 공급하기에 충분하다. 1분에 한 마리씩 지렁이를 먹어치우는 새들에게 지렁이 11마리는 별로 대단치 않은 양이다.
<··· ···> 불임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모든 새에게 드리워지는 것이다. 불임은 농약과 잠재적 접촉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생물에게로 확대되고 있다. _ p133
동시에 종의 다양성이 중시되어야 전염병으로 나무들을 잃는 일이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동식물 집단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열쇠는 영국의 생태학자 찰스 엘턴(Charles Elton)이 말한 '종 다양성 유지'에 있다. <··· ···> 겨우 한 세대 전만 해도 넓은 지역에 한 종류의 나무를 심는 것이 커다란 재앙을 몰고 오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_ p143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우리가 잠시 권력을 맡긴 관리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움과 자연의 질서가 깊고도 엄연한 의미를 갖는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잠깐 소홀한 틈을 타 위험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_ p154
09 죽음의 강
약제 살포가 계속되면서 하천 환경이 완전히 변해서 연어와 송어의 먹이가 되는 수중곤충이 사라졌다. 살충제를 단 한 번만 뿌렸다고 해도 연어의 개체수가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수중곤충이 다시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 몇 개월이 아니라 몇 년이 필요한 일이다. _ p158
그러나 그 화학약품들이 정확히 무엇인지 또 그 총량은 얼마나 되는지는 알지 못하며, 지금으로서는 바다로 흘러들어 희석되어 버린 물질을 밝혀낼 수 있는 좋은 검사 방법도 없는 상태다. 이 물질이 이동하면서 그 성분에 모종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변화한 화학물질이 원래의 물질보다 독성이 더 강한지, 아니면 약한지 아직 모른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문제는 여러 화학물질 간의 상호작용이다. 특히 이런 화학물질이 각종 무기물과 쉽게 혼합되는 바닷속으로 유일될 경우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 언제쯤이면 세상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충분히 깨닫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게 될까? _ p180
10 공중에서 무차별적으로
이 송아지는 목초지에서 직접 유독물질을 섭취했거나 어미젖을 통해 간접적으로 섭취했을 수도 있다. <··· ···> "만약 이 송아지들이 어미젖을 먹고 유독물질에 중독되었다면 그 지역 착유장에서 수거한 우유를 마시는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_ p196
※ 보습 : 쟁기, 극젱이, 가래 따위 농기구에 끼우는 넓적한 삽 모양의 쇳조각
이 방법으로 불개미의 90~95퍼센트를 방제할 수 있다. 비용은 1 에이커당 0.23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농무부의 대량 방제 사업은 1 에이커당 3.50달러가량으로, 가장 비싸고 가장 피해가 크며 그 효과는 제일 작다. _ p199~200
11 보르자 가문의 꿈을 넘어서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마침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위험한 화학물질과 접촉하다 보면 결국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아무리 그 양이 미미해도 거듭되다 보면 몸속에 화학물질이 축적되어 마침내 중독을 일으킨다. _ p201
통로 건너편에는 피클과 올리브가 놓여 있고 옆 칸에는 각종 목욕용품과 세탁용 비누가 즐비한 가운데 살충제들은 높이 쌓여 진열된다. <··· ···> 만일 어린 아이나 부주의한 어른이 이 살충제를 건드려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화학물질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 _ p202
만일 모기나 진드기, 또는 다른 해충 때문에 고생한다면 옷이나 피부에 바르거나 뿌리는 로션, 크림, 스프레이 중에서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광택제, 페인트, 합성섬유 등을 녹일 수 있다는 경고에도 사람들은 이런 살충제가 인간 피부에 별 문제가 없다고 지레 짐작한다. <··· ···> 린데인 증기를 내뿜는 전기기구 광고에도 역시 경고 문구 하나 등장하지 않으며 그저 안전하고 냄새가 없다는 말만 나와 있다. _ P203
업계에서는 잔류농약의 존재 여부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거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그러면서 살충제 잔류물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광신자나 이교도로 치부해 버린다. <··· ···>
DDT 시대의 여명이 밝기 전(1942년)에 태어나고 죽은 사람의 생체 조직에서는 DDT나 유사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 ···> 이후 인체에 축적된 DDT의 평균치가 계속 상승했고, 직업적으로 또는 특별한 이유로 살충제에 과다 노출된 사람은 그 수치가 더욱 올라갔다.
살충제에 노출된 적이 없는 일반인의 조직에서 상당량의 DDT가 검출되는 것은 음식 때문이다. <··· ···>
DDT와 그 밖의 화학물질이 함유되지 않은 음식을 찾으려면 아주 멀리 떨어진, 문영의 혜택이 닿지 않은 원시의 섬으로 가야 한다. _ p206~207
미국 식품의약국은 '허용량'이라는 오염의 최대한계치를 설정했는데, 여기에는 한 가지 분명한 결점이 도사리고 있다. 현 상황에서 이 제도는 단순한 서류상의 절차에 지나지 않을뿐더러, 이 안전 기준 정도만 신경 쓰면 된다는 점을 정당화하는 느낌을 풍긴다. <··· ···> 언뜻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는 듯한 이 방식은, 사실 중요한 것들을 무시하고 있다. 실험실 동물은 극도로 통제된 상황과 인위적인 환경에서 엄격하게 정해진 분량의 화학물질만을 먹고산다. 이에 반해 상황이 대단히 복잡할 뿐 아니라 어떤 화학약품들을 함께 섭취하고, 또 얼마나 많이 섭취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고 꼼꼼하게 분석할 수도 없는 우리 인간들은 전혀 다른 처지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_ p210
12 인간이 치러야 할 대가
위생, 더 나은 생활환경, 신약 덕에 전염병은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은 근대적 생활방식을 수용하면서 인간 스스로 초래한 새로운 형태의 환경오염이다. _ p215
다양한 형태의 방사능, 끝없이 흘러나오는 살충제 등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 ···> 형태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들의 존재는 위험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위험한 물질들에 평생 노출될 경우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미국 공중위생국의 데이비드 프라이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환경이 파괴되어 결국 공룡처럼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면서 살고 있다. 이런 징후가 나타나기까지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괴롭힌다." <··· ···> 앞으로 재앙을 일으킬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 확실치 않은 위협은 그저 무시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 ···> 우리 몸속에도 생태계가 존재한다. <··· ···> 원인과 결과가 별 관계없는 듯 보일 때가 많다. 상처 난 곳에서 한참 떨어진 어떤 곳에서 병의 징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 ···> 원인과 결과는 시간적·공간적으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_ p216~217
몇 마리 곤충을 순간적으로 없애려다가 우리 인간이 정신착란, 환상, 기억력 감퇴, 조증 등으로 고생하게 되는 것은 너무 심한 일이다. 하지만 신경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런 화학물질의 사용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그 대가를 계속해서 치르게 될 것이다. _ p226
13 작은 창을 통해서
에너지 생성 작업은 특정 기관이 아닌 몸의 모든 세포에서 이루어진다. 마치 활활 타는 불꽃처럼 살아 있는 세포는 생명을 지탱하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연료를 태운다. 이 과정에서 세포는 체온 정도의 은근한 열을 방출한다. <··· ···> 수십억 개의 은근한 작은 불이 깜박거리며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만일 이 불이 계속 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화학자 유진 라비노비치(Eugene Rabinowitch)는 이렇게 말한다. "심장은 박동을 멈추고, 중력을 거슬러 위를 향해 자라던 식물은 성장을 멈추게 된다. 아메바는 헤엄을 치지 못하고, 신경을 타고 감각이 전해지지도 않을 것이며, 인간의 뇌 속에서 사고가 이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_ p228~229
유리 상태의 ADP(아데노신이인산)와 인산기가 결합해서 새로운 ATP(아데노신삼인산)를 만들게 되는 과정을 공여 인산화라 한다. <··· ···> 공여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배아세포부터 다 자란 개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기체에게는 심각한 재난이 닥치게 된다. 세포의 죽음, 더 심하게는 그 개체의 죽음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산기 공여 과정이 실패하는 경우는 어떤 때일까? 바로 방사능 때문이다. 방사능에 노출된 세포가 죽는 이유는 방사능이 에너지 결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_ p231~232
인구동태통계국의 음울한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날 결함과 기형 가운데 상당 부분은 우리의 외적·내적 세계에 깊숙이 침투한 화학물질 때문임이 거의 확실하다. _ p233
인류 전체를 놓고 볼 때, 개개인의 생명보다 궁극적으로 더욱 소중한 것은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주는 유전형질이다. 영겁처럼 긴 시간 동안 진화를 거쳐 만들어진 우리의 유전자는 현재의 모습을 규정할 뿐 아니라 인간의 미래를 담고 있다. <··· ···>
화학물질과 방사능물질이 일으키는 문제가 유사해서 이 둘의 상호 비교를 피할 수는 없다.
방사능의 공격을 받은 세포는 여러 피해를 입게 된다. 정상적 분열 능력이 파괴되며 염색체 구조나 유전자에 직접적인 변화를 초래하여 후손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돌연변이는 미래 세대에 전혀 새로운 형질을 전해주게 된다. _ p236~237
우리 몸이 계속 성장하고 생명의 흐름이 다음 세대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조직과 기관을 구성하는 세포 수가 점차 증식되어야 한다. 이는 유사분열 또는 핵분열 통해 이루어진다. <··· ···>
생식세포를 만들 때는 특별한 세포분열이 일어난다. 특정 종마다 염색체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개체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난자와 정자의 결합을 위해서는 그 수가 반으로 감소해야 한다. <··· ···>
생명체에서는 이런 근원적인 드라마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세포분열 과정은 인간이든 아메바든, 거대한 세쿼이아든 단순한 효모균이든 모든 생명체에서 동일하다. <··· ···>
《생명(Lifte)》이라는 책에서 지은이들은 이렇게 썼다. "유사분열을 비롯해 세포기관의 중요한 작용들은 과거 5억 년 이상, 적어도 수십억 년 유지되어 온 것으로 밝혀졌다. <··· ···> 이런 내구성과 항구성이 가능한 것은 몇 세대에 걸쳐 전해져 내려오는 유전정보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은이들이 말한 것처럼 수억 년 동안 직접적이거나 강력한 위험에 처한 적 없는 '믿을 수 없는 정확성'이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인간이 창조해 낸 방사능물질과 화학물질로 인해 도전받고 있다. _ p238~239
몇 세대에 걸쳐 DDT에 노출된 모기들은 암컷과 수컷의 특징을 동시에 지닌 자웅동체로 바뀌게 된다. _p241
다운증후군의 경우 염색체가 정상인보다 하나 더 많은 경우에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로는 이 문제의 염색체가 기존 염색체에 달라붙을 때도 있어서 염색체 수가 46개 정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여분의 염색체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 수는 47개다. 이런 경우, 발병 원인은 환자의 앞 세대에서 이미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_ p243
원형질에서부터 진화를 시작해 오늘날과 같은 인간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지난 20억 년 동안 유전형질은 세대를 거듭하며 전해져 왔고 다음 세대에게 전해줄 때까지만 우리 것이다. _ p244
14 네 명 중 한 명
생명이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는 부적절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생명체가 등장하고 수백만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생물이 생겨났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흐르는 시간, 즉 자연의 시간 동안 생명체는 각종 파괴적인 세력에 적응해 갔는데,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고 저항력이 강한 것만이 살아남았다. 이런 자연적 발암물질들은 여전히 악성질환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 수가 적고 생명체 역시 오랫동안 이런 상황에 적응했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_p248
산업화로 인해 악성질환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것은 1875년 이후였다. 이때 파스퇴르가 전염병의 미생물학적 원인을 발견했고, 다른 학자는 암의 화학적 원인을 찾아냈다. _ p249
관련 안전 수칙이 법으로 제정되어 있지만, 변하는 상황을 적절히 규제할 법률 제정이 느릿느릿 진행되는 몇 년 동안 사람들은 발암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야 했다. 약간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는 오늘날 일반인들에게 "안전하다"고 이야기되는 물질이 내일은 극도로 유해한 물질로 판명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흥미로운 사례다. _ p252
결국 위원회가 타협안을 내놓았다. 잔류 허용치 기준을 1ppm으로 조정해 2년간 이 기준에 따라 농작물의 시장 판매를 허용하며, 그 기간 동안 이 화학물질이 실제적으로 암을 유발하는지 계속 실험하겠다는 것이다.
위원회에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 결정은 발암물질을 추적하는데 실험실 개나 쥐와 더불어 일반 시민까지도 실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_ p253
오염도가 낮은 먹이를 먹은 쥐들에서도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 것을 보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흡수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_p254
물에는 이미 갖가지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여기에 이온화 방사능이 작용하기라도 하면 원자배열이 바뀌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_ p267
모든 것이 복잡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발암물질의 '안전 허용량'을 인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발암물질은 전혀 검출되지 않아야 정상이 아닐까? _ p268
우리는 음식과 식수와 대기를 오염시키는 발암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음식과 식수와 공기 속의 위험물질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계속 흡수되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요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_ p271
15 자연의 반격
자연의 균형이 현재 모습 그대로 유지되는 '불변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균형이란 유동적이고 계속 변화하며 조절과 조정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인간 역시 자연이 이루는 균형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가끔씩 인간이 이런 사태를 자의적으로 바꾸곤 한다. 그 결과 인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문제가 생긴다.
오늘날 곤충 방제 사업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첫 번째는 정말 효과적인 곤충 방제는 인간이 아닌 자연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자연계에는 고유한 '환경 저항'이 존재해서 특정 종마다 개체수가 일정하게 조절되는데, 이는 지상에 첫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 계속 그래왔다. 먹이, 기상과 기후 조건, 경쟁 상대나 포식종 등이 모두 '환경 저항'의 중요한 요소이다. _ p275
아직 많은 곤충들에 대한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지구상에 존재하는 곤충의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밝혀진 것만 해도 70만 종 이상이다. 지구상 생물체의 70~80퍼센트를 곤충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곤충 대부분은 인간의 개입이 없는 자연의 힘에 의해 조절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상상할 수 있는 엄청난 화학물질이나 다른 어떤 수단을 동원한다고 해도 그 개체수를 조절하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천적 구실을 하는 동물을 모두 죽인 후에야 비로소 그 동물이 맡고 있던 조절 기능을 깨닫는다는 사실이다. _ p 277
살충제의 수, 다양성, 파괴성 등이 매년 실질적으로 증가하면서 환경 저항은 점점 더 감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질병을 옮기고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곤충의 개체수는 유래 없을 만큼 심각하게 증가했다 _ p280
화학방제를 열렬히 옹호하는 사람 중에 뛰어난 곤충학자가 많다는 미스터리가 이해될 것이다. 이 학자들의 배경을 조사해 보면 화학회사들에서 연구비를 지원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 ···> 이들의 성향을 알게 된다면 살충제가 무해하다는 그들의 주장을 믿을 수 있겠는가? _p287~288
16 밀려오는 비상사태
DDT가 등장하기 전인 1945년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것으로 보고된 곤충은 12종 정도였다. 그런데 새로운 유기화학물질이 등장해 널리 사용된 1960년대에 이르자 화학물질에 내성을 지닌 곤충이 137종으로 급증했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 아는 사람은 없다. <··· ···>
곤충이 살충제에 내성을 너무나도 빨리 획득하고 있기 때문에 화학방제의 성공을 알리는 보고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내용을 개정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_ p293
인간 역시 그런 내성을 획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백 또는 수천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 ···> 내성이란 수많은 세대를 거치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100년 동안 세대가 평균 세 번 바뀐다. 하지만 곤충의 경우에는 며칠 또는 몇 주 단위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다. _ p303
17 가지 않은 길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 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 한 너무나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다.
그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동안 무분별하고 놀라운 위험을 강요당해 왔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지금까지 충분히 인내해 온 우리가 마지막으로 '알 권리'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그때야말로 독극물로 세상을 가득 채우려는 사람들의 충고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또 다른 어떤 길이 열려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_ p305~306
생태계는 한편으로 너무나 연약해서 쉽게 파괴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튼튼하고 회복력이 강해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역습해 온다. _p325
후기
연방 정부의 환경 규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런 상황을 들며 이 법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병원 응급실을 폐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사망할 텐데 왜 운영을 계속하겠는가. <··· ···>
누구보다 통찰력이 뛰어났던 레이첼 카슨은 자연자원의 고갈,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 해양수산자원 남획, 불공정한 해외무역, 열대우림 파괴, 생물 멸종 등의 문제점을 우리보다 훨씬 더 빨리 예견했다. <··· ···>
환경보호운동을 위해 앞장서서 노력해 온 그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시의적절하다.
레이첼 카슨이 글로 표현하지 않았다면 더 심했겠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대기와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생물권을 파괴하고 있다. 《침묵의 봄》을 쓴 이 용감한 지은이의 지성과 영혼에 충실하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를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에드워드 O. 윌슨) _ p334
옮긴이의 글
이 책에는 복잡한 수치나 알 수 없는(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을 만큼 어려운) 학설과 이론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푸른 초원과 숲,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마치 시처럼 읊조리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 ···>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덧 책을 다 읽게 되고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생태계 오염이 어떻게 시작되고 생물과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우리가 고민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생태학의 명저'로 인정받는 이유이자 '레이첼 카슨'이라는 인물이 변함없이 존경받는 이유일 것이다. <··· ···>
어느덧 고전 반열에 오른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은 스스로 창조주 바로 다음 단계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짚신벌레 몇 단계 위의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 이 책은 2002년 휴튼 미플린(Houghton Mifflin Company) 사에서 펴낸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번역했다. (김은령) _p 335~337
자연은 모두 존재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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