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제 | Poloteia
지은이 | 플라톤
옮긴이 | 이환
출판사 | 돋을새김
주 제 | 청소년, 사회학 일반, 고대철학
플라톤 (Platon, 기원전 427~347)
기원전 427년경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난 플라톤은 젊은 시절부터 정계의 유망주로 기대받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다. 플라톤은 유명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시작된 지 4년째 되는 해에 태어났으며, 전쟁은 기원전 404년에 아테네의 패배로 끝났으므로 전쟁 속에서 태어나 전쟁 속에서 성장했다.
플라톤은 맹목적인 삶보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소크라테스를 통해 배웠다. 플라톤의 집안은 비교적 상류계급이었고 그러한 배경을 가진 젊은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그 또한 한때 정치에 뜻을 두었지만, 그가 믿고 따르던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정치에 회의를 느껴 철학에 매진하게 된다.
플라톤은 정치적인 이유로 자주 외국 여행길에 올랐으며 교육에 대한 열의가 매우 높아 소크라테스 사후 많은 우여곡절 끝에 기원전 387년경 아테네 근교에 철학 중심의 종합대학인 '아카데미아'라는 학원을 창설하였다. 그곳을 통해 뛰어난 수학자와 높은 교양을 갖춘 정치적 인재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많은 철학자를 양성하며 집필활동에 전념한다.
소크라테스는 아무런 글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가 죽은 후 제자인 플라톤의 작품을 통해 그의 철학적 삶이 알려지게 되었다. 플라톤의 저서 30여 편 가운데 한 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어 '대화편'이라고 불린다.
《국가》 《소크라테스의 변명》 《향연》 《파이돈》 《크리톤》 《프로타고라스》 등에서 모두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이 되어 대화를 이끌고 있다. 그의 많은 저서는 스승인 소크라테스에 대한 기록들로써 스승의 영향이 플라톤의 사상적 근간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플라톤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란 불가능하다. 고대의 사상가들이 그러하듯, 플라톤 역시 현대의 분과학문 체계로는 불가능한 종합적 사상을 개진하였다. 그는 인식론적 측면에서 '이데아'를 제창함으로써 본질과 현상이라는 이분법적 사유를 발전시켰다. 《국가》는 플라톤의 정치관을 대변하는 저술로, 이 저서에서 플라톤은 민주적인 정치 체제보다는 지적 소양이 풍부한 '귀족들에 의한 통치'를 선호했다. 철인 군주론은 플라톤의 정치관을 잘 드러내는 개념이다. 그는 종종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비교되는데,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다분히 현상 지향적이었다면 플라톤의 사상은 이상적이고 관념 위주였다는 평을 받는다.
이환 (옮긴이)
문학평론가. 신춘문예(서울신문, 1990)를 통해 문단에 데뷔했고 문학과 철학의 만남에 깊은 관심을 갖고 글을 써왔으며 대표적인 저서로 《문학 속의 철학, 철학 속의 문학》 《애정사전》 《꿈의 해석》(편역) 《에밀》(편역) 등이 있다.
책소개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6권. 서양철학사는 플라톤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대화편' 가운데 하나인 <국가론>은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저작물로 형이상학에서부터 정치학, 윤리학, 심리학 그리고 예술학에 이르기까지 서양철학의 모든 분야에 가지를 뻗고 있는 플라톤 철학의 정수가 담긴 책이다.
목차
│독자에게 │대화에 나오는 사람들 │제1권 정의의 이익 -p19 │제2권 국가의 탄생 -p57 │제3권 수호자들을 위한 교육 -p85 │제4권 정의로운 삶 -p113 │제5권 공산사회와 남녀평등 -p145 │제6권 철학자와 통치자 -p171 │제7권 선의 이데아와 이상국가 -p197 │제8권 잘못된 국가 체제 -p223 │제9권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왕국 - p241 │제10권 시인 추방론과 영혼 불멸설 -p261
│부록 플라톤의 사상과 《국가론》에 대하여 -p285 │ 플라톤의 저작들 │ 플라톤 연표
제1권 정의의 이익
- 그렇다면 트라시마코스, 결론은 자명해졌소. 어떤 기술이나 어떤 통치도 그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 즉 기술은 기술의 대상, 통치는 통치의 대상에 이익을 주는 것이오. 그러니까 통치자로서의 강자는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다기보다는 통치받고 있는 약자의 이익을 도모한다고 봐야 하오. -p19
≡ 소크라테스 선생, 나이 든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좋은 것이오. 욕망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평안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오. 그러니 어떤 사람이 불행하다면, 그 원인을 나이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될 듯하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격과 생활 방식이지요.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안다면 늙음이 그리 괴롭지는 않습니다. 절제하지 못하면 늙으나 젊으나 괴롭기는 마찬가지니까요.
- 하지만 케팔로스 님, 노년의 평안을 성격이나 생활방식에서 찾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원인을 재산의 많고 적음에 돌리기도 하지요. 부유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위안거리가 많을 테니까요.
=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훌륭한 인품을 지닌 사람도 가난하다면 마음이 편할 리 없지요. 그러나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성품이 그릇되면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없는 노릇입니다. -p22
≡ 소크라테스 선생,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말이오. 전에 없던 걱정과 두려움이 생기는 법이오. 그러니까 사후 세계에 대해 관심이 생겨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고는 한다오. 그래서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뭐 잘못한 것은 없는지, 있다면 그것 때문에 벌을 받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지요. -p23
- 정의(正義)란 무엇입니까? · · · 가령, 어떤 친구가 내게 무기를 맡겼다고 가정해 보죠. 당시 그 친구는 멀쩡했어요. 그런데 무기를 돌려받기 위해 찾아왔을 때 그 친구의 정신 사태가 이상해져서 미친 사람이 됐을 경우, 무기를 돌려줘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아마 사람들은 미친 사람에게 정직하게 대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일은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p24
≡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완벽한 상태의 불의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불의는 그것을 범하는 자를 행복하게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을 비참하게 만들지요. 참주 정치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참주는 남의 것을 하나씩 훔쳐내는 정도가 아니라 한꺼번에 송두리째 빼앗아버리지요. 자기가 원하는 것이면 설사 그것이 하느님의 것이라 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가져가버립니다.
이러한 짓을 어느 한 개인이 저질렀다면 그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규모로 저질러졌을 경우, 가령 온 국민의 재산을 송두리째 삼켜버린다든가 온 국민을 노예로 삼아버린 경우에는 그러한 자를 불명예스럽게 취급하기는커녕 행복한 자요, 축복받은 자로 칭송합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불의를 비난하는 것은 그 불의에 희생양이 될까 겁나 그럴 뿐이지 이를 행하기가 두려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불의는 정의보다 훨씬 강한 힘과 자유,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애초에 말씀드렸듯이 정의는 강자의 이익입니다. -p41
- 그러므로, 참된 통치자는 자신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언제나 대상의 이익(국민의 이익)을 돌보기 마련이오. 그런 의미에서 그들에게도 돈이건 명예건 보수가 주어져야 하며 그 지위를 거부할 경우엔 형벌이라도 주어져야 하는 거요. -p45
- 훌륭한 사람에게 돈이나 명예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네. 고용된 자라는 인상을 받는 게 싫어 보수를 바라고 국가를 통치하지도 않을뿐더러 직권을 이용해 사리를 취하지도 않네. 그것은 도적 같은 지시니까. 또한 야심가도 아니므로 명예에도 관심이 없네. 그러므로 어떤 필연성이 주어질 때 그들을 통치자의 지위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형벌로써 그것을 강요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실은, 훌륭한 사람들에게 가장 고약한 형벌이란, 통치자의 자리를 거부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사태, 즉 자기보다 열등한 사람에게 지배를 받는 사태를 초래했을 경우네. 그래서 어떤 국가에 뛰어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통치의 권좌에 대한 경쟁은 치열해지는 법이네. · · ·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네. 바로 트라시마코스가 주장한, 불의의 삶이 정의로운 삶보다 더 이익이 된다는 주장일세. -p46
제2권 국가의 탄생
≡ 아마도 사람들은 선량한 자의 생애를 가장 비참하게 묘사할 것입니다. 그들은 매 맞고 고문당하며 인두질을 당하는 사람을 선량한 자의 말로로 설명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현명한 삶이란 선량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행세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반면 사람들은 불량한 자의 삶을 탄탄대로로 묘사할 것입니다. 그는 선량한 자라는 평판을 받기 때문에 국가를 지배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여자를 아내로 삼을 수도 있으며, 불의에 대해 거리낄 것이 없으므로 온갖 사리사욕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재산이 많으니 선심을 써서 많은 사람들을 친구로 삼고 맘에 들지 않는 자를 제거하기란 식은 죽 먹기입니다. 신들에게도 풍족하게 제물을 바치고 찬양할 수 있으니 선량한 사람보다 훨씬 더 신전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설명하는 선량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생애입니다. 그러니 소크라테스 선생님! 신의 차원에서나 인간의 차원에서나 부정한 사람의 삶이 선량한 자의 삶보다 더 낫지 않겠습니까?
· · ·
그는 정의롭게 살라는 말은 정의 자체를 찬양해서기보다는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선한 일을 하면 평판이 좋아지고 좋은 배필을 만나 훌륭한 결혼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과 관련해서도 좋은 평판에 대한 기대가 그들의 신앙심을 더 경건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악과 불의에 경도되는 것은, 정의나 덕을 지키기 위해 드는 수고로움에 비해 손쉽게 어떤 결과물을 얻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아데이만토스에 의하면, 신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반인이나 종교지도자들은 신이 선량한 자들에게는 고난과 불행을 주는 반면 불량한 자들에게는 행복을 준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설사 그들이 잘못했더라도 많은 제물을 바치면 용서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불의 대신 정의를 택할 이유란 없으며, 수단껏 불의를 감추기만 하면 되고, 각자 마음 내키는 대로 잘살면 그것이 최고라는 것이다. · · ·
여기서 아데이만토스는 소크라테스에게 간청한다. 정의는 불의보다 우월하며 모든 면에서 최고의 선이라는 것을 확증시켜 달라고 말한다. -p64~65
- 우리는 진실에서 벗어난 것은 아닐지언정 가상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교육을 시작하네. · · · 특히 어린이들은 그 시기에 인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아주 신중해야 하네. 이때 받은 인상은 한결 선명하게 각인될 테니까 말이야. · · ·
그렇다면 우리는 엉터리로 꾸며낸 보잘것없는 얘기들을 아이들이 함부로 듣게 해서 안 되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우리의 소망과는 맞지 않는 생각들을 받아들이도록 해선 안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소크라테스는 국가의 수호자들에게 들려줘서는 안 될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한다. 우선 하늘에서의 싸움, 그러니까 신들 사이의 전쟁이나 음모를 들려줘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다 거짓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밖에 거인들의 전쟁이나, 신과 영웅들 및 친구 간의 싸움, 친족끼리의 싸움에 대해서도 들려줘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비유적으로라도 불화나 불륜과 관계된 이야기들을 들려줘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비유적인 것과 실제적인 것을 구분할 줄 모를뿐더러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좀체로 잊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78~79
제3권 수호자들을 위한 교육
- 그렇다면 우리의 수호자들은 그들의 기능을 살리고 목적을 수행하는 데에만 전념해야 하네. 국가의 자유를 수호하는 일 이외에 다른 것을 모방하려고 해서는 안 되지. · · · 그렇지 않고 편협하거나 천한 것들을 모방해 그들을 흉내 낸다거나 묘사하는 데 길들어서는 안 되네. 나쁜 것을 모방하다 보면 그것이 하나의 습관이 되어 몸도 마음도 병들게 될 테니깐 말일세. -p88
- 수호자들이 술에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이미 얘기한 바 있네. 술에 취해 자신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가 돼서야 되겠는가?
· · ·
무절제와 질병이 만연하면 법정과 병원이 번창하게 될 걸세. 의사나 법률가가 판을 치는 세상이 오겠지. 노예나 천민뿐만 아니라 교양교육을 받았다는 사람들까지 의사나 법률가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은 결코 명예로운 일이 아니네. 그러한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교육이 실패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네.
· · ·
더 불명예스러운 일도 있네. 성정이 고약해서 부정에 능한 자들 말이네. 그런 자들은 툭하면 법정에 의지해 죄를 면하려고 하지. -p96~97
- 나는 국민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려 하네.
"신이 비록 다르게 만들었으나 그대들은 한 형제이다. 그대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금을 섞어 통치자로 만들고, 어떤 사람은 은을 섞어 보조자로 만들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철과 구리를 섞어 농부나 직공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대들은 모두 한 핏줄이어서 · · · 금이나 은이 섞인 자로 태어나면 통치자나 보조자의 지위를 주어야 한다. 이는 철이나 구리가 섞인 수호자가 나라를 지킬 경우 그 나라가 멸망할 것이라는 신탁 때문이다."
대강 이런 줄거리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믿게 할 방도가 있을까?
≡ 당장 우리 세대에서 이를 믿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후대나 그 후대쯤 가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p108
- 재산이든 도구든 수호자들의 덕을 훼손하고 국민들을 괴롭히는 장치로 전락하게 해선 안 되네. · · · 그들의 혼을 정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일반 국민들과 어떤 거래도 하게 해선 안 되네. 금이나 은을 걸쳐서도 안 되고 금이나 은으로 만든 식기로 식사를 하게 해서도 안 되네. 그래야만 그들 자신과 국가를 수호할 수 있다고 믿게 해야 하네. 만일 그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재물을 모으는 데 맛을 들인다면 그들은 수호자가 아니라 국민의 적이 되고 도둑이 될 걸세.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자가 되어 공포와 증오 속에서 결국은 나라를 망치게 될 것이네. 이런 이치로 국가의 기강을 확립하고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러니 이런 취지로 법률을 제정하도록 하세. -p110~111
제4권 정의로운 삶
- "우리는 농부들에게 화려한 외투를 두르게 할 수도 있고 금장식을 걸치게 할 수도 있으며 마음대로 땅을 갈게 할 수도 있소. 그렇게 해서 행복할 수만 있다면 말이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변하지는 마시오. 그렇게 되면 농부는 농부가 아닐 것이고 도공은 도공이 아닐 것이며 그 밖의 모든 사람들도 구성원으로서의 특색을 잃게 될 것이오. 그래도 보통사람의 경우는 큰 문제가 안되지만, 수호자들의 경우는 다르오. 제화공이 본분을 잃고 타락했다고 해서 국가가 위기를 겪지는 않지만 법률과 국가의 수호자들이 타락하면 국가는 망하고 말 거요."
그러니까 수호자들을 임명할 땐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네. 그들이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고 국가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도록 독려하고 지켜보아야 하지. -p116
- 절제란 일종의 질서로서, 쾌락이나 욕망을 극복하는 것일세.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극기(克己), 즉 '자기 자신을 이긴다'는 말을 살펴보면 알 수 있네. · · ·
자기가 자기를 이긴다면 '이기는 자기'와 '지는 자기'가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진정한 우리의 '자기'는 누구란 말인가? '이기는 자기'에게 지면 '지는 자기'가 이긴 것이고, '지는 자기'에게 이기면 '이기는 자기'가 진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 말은 이런 뜻인 것 같네. 인간의 영혼에 '더 나은 부분'과 '못한 부분'이 있다면 말일세. '더 나은 부분'이 '못한 부분'을 이길 때 자기 자신을 이긴다고 말하는 것 같네. 그리고 그것이 역전됐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졌다'고 말하는 것이지. 이는 곧 절제의 실패를 의미하네. 무절제가 그것이지. · · ·
방금 말한 것과 같은 요소가 우리의 국가에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걸세. 그래서 '더 나은 부분'이 '못한 부분'을 이겼을 때, 사람의 경우가 그러하듯, 그 국가를 절제 있는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 걸세. -p128~129
- 지혜나 용기는 어느 한 부분에만 있어도 그 국가를 지혜 있는 국가나 용기 있는 국가로 만들지만 절제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지. 그것은 강한 음이나 약한 음, 중간 음의 조화를 통해 아름다운 음정이 나오는 것처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한마음을 이룰 때 드러나는 것이라네. 한마음은 조화로움을 통해 나타나게 되고, 그 조화로움이 바로 절제인 셈이지 -p130
- 따라서 우리는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네. 아리송한 얘기를 듣더라도 동요할 필요가 없네. 동일한 어떤 것이 동일한 시간과 장소를 벗어나 상반된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면 우리는 절대 믿지 말아야 할 것이네. -p136
- 사실 우리의 정신은 욕구의 힘으로 가득 차 있어서 관리하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네. 재물욕이나 애욕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그것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이성적인 부분을 시험하려 들지. 따라서 이들에게 혼을 빼앗기지 않도록 늘 감시해야겠네.
· · ·
- 그러면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하세. 정의란 각자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고 이는 국가나 개인에 있어서도 동일하다는 것이지. 제화공은 구두 만드는 일에, 목수는 집 짓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의네. · · ·
이제 우리는 정의로운 개인과 국가를 발견했네. 그렇다면 부정을 발견하기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듯하네. 정의를 구성하는 세 부분 사이의 싸움이나 간섭, 혹은 정신 전체에 대한 일부의 반란이 부정일 걸세. 이러한 혼란을 통해 무절제와 비겁, 무지 같은 악덕이 나온다고 볼 수 있겠지. -p142~144
제5권 공산사회와 남녀평등
- 그러니까 여자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일을 못할 수는 없네. 자연의 천성은 남녀 간에 동일하니까. 남자의 직업을 여자도 가질 수 있다네. 다만 그럴 경우, 여자는 남자보다 약할 따름이네. -p149
-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이 희로애락을 같이 한다면, 그것은 단결되어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 반면에 같은 일을 두고도 슬퍼하는 사람과 기뻐하는 사람이 양분돼 있다면 이는 그 국가가 분열되어 있다는 증거겠지? -p155
동족 간의 싸움은 내란의 일종이므로 언젠가 있을 화의를 염두에 두고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그리스인은 한 형제이며 같은 민족이므로 '조국의 영토 내에서는 땅을 빼앗거나 집을 불사르는 일 등은 법령을 정해서라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적국이라 하더라도 소수의 전쟁 책임자를 제외한 일반 국민들 대다수는 친구로 대해주어야 한다 · · · -p159
- 지식은 존재를 대상으로 한다고 아까 우리는 얘기했네. 그렇다면 의견은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 것일까?
· · · 결국 의견이란 어떤 쪽에서 바라보느냐 하는 관점의 문제인 것 같네. 가령 아름다움에 관해서 다시 생각해 보세. 아름다움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어떤 사람이 있네. 아름다움 자체에 있는 불변의 실재(이데아)에 무지하므로 그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색깔이나 형태에 한해서만 미·추를 판단하네. 그에게 묻기를,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것 중에 조금의 추함도 없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이 있는가?' 그러면 어떤 답이 나올까?
≡ 그런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제아무리 아름답다는 것도 관점에 따라서는 추하게 보일 것입니다. 다른 모든 것들 역시 그럴 것입니다.
· · ·
- 그러므로 아름다움 자체, 올바름 자체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의견은 있으되 지식은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걸세. 즉 인식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
· · ·
- 반면 그 자체가 영구적이고 불변하는 것을 아는 사람들을 가리켜 지식은 있으되 의견은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야겠지?
· · ·
- 그러니 한쪽은 지식과 관련된 대상들을 사랑하고, 다른 한쪽은 의견과 관련된 대상들을 사랑한다고 봐야겠네. -p168~169
제6권 철학자와 통치자
철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 있네. 참된 인간상의 모습을 그려 아름다움이 무엇이고 선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어야 하네. 그리하여 철학자들이 실재와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네. 그렇게 되면 철학자가 국가를 지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과민반응을 보이는 일도 없어질 걸세 -p171
훌륭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훌륭한 통치지가 나와야 한다. 훌륭한 통치자란 누구인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 즉 철학자다. 그러니까 훌륭한 국가를 만들려면 철학자가 통치하거나 통치하는 자가 지혜를 사랑해야 한다. 그런데 지혜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긴 논의를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얻은 소크라테스는, 연이어 이상적인 국가의 지도자상에 대해 탐구한다. -p172
- 최선의 자질을 타고난 자들이 교육을 잘못 받으면 더욱 고약해지지. 무릇 큰 범죄는 이런 사람들이 저지르는 법일세. 선이든 악이든 나약한 성격의 소유자들에겐 요원한 일이지.
· · ·
우리의 철학자들도 이러한 전철을 밟아나가는 것이네. 적절한 양분과 토양 아래에서라면 훌륭히 자라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성정이 고약해져서 쓸모없는 잡초처럼 되고 말지. 흔히 소피스트들이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고 말하는데 일리 있는 지적일세. 대중들을 등에 업은 소피스트들과 휩쓸려 다니다 보면 자신의 본성을 놓칠 수밖에 없네. 가령 의회나 법정, 극장, 병영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대중들의 치기 어린 언행들, 큰소리로 찬양하고 혹은 비난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떤 젊은이건 그 물결을 거스르기 어렵지. 개인적으로 받은 훈련이나 소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선악에 관한 대중들의 생각에 물들어 그들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게 되네. -p179
- 돈을 받고 지식을 가르친다는 소피스트들 말이네. 그들이 가르치는 것은 대중들의 의견 외에 아무것도 없네. 즉 대중들의 통념이 그들이 말하는 바 지혜라는 것이지. 이는 동물을 기르는 상황과 비슷해서, 어떻게 하면 그 동물이 난폭해지고 어떻게 하면 유순해지는지를 알고 대처하는 것과 같지. 그래서 그 기술을 지혜라고 선전하며 남에게 가르친다네. 본래 가르쳐야 할 것들의 본성들, 아름다움이 무엇이고 추한 것이 무엇인지, 선하고 악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대해 그들은 아무런 지식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네. 그저 동물이 좋아하는 것을 선이라고 부르며 싫어하는 것을 악이라고 부르는 정도지, 한마디로 함량미달의 소피스트들이 교육가임을 자처하고 있으니 묘한 일이 아닌가? -p180
-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멸시하는 것은, 자신의 천품과 상관없이 철학을 합네 하고 으스대는 일부 사이비 철학자들 때문이네. -p184
제7권 선의 이데아와 이상국가
- 이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사람이 시각적으로 혼란을 느끼는 것은 명암이 교차할 때네. 즉 빛의 세계에서 어둠의 세계로 옮겨갔을 때이거나 그 반대의 경우지. 영혼도 이와 같다네. 그래서 이러한 진실을 아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 앞을 잘 보지 못하고 더듬거린다 해도 얕보거나 비웃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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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이란, 장님의 눈에 빛을 넣어주는 식의 주입식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네. 우리의 탐구한 바에 의하면, 우리의 영혼 속에는 이미 학습에 필요한 능력이나 기관이 갖춰져 있네. 그래서 밝은 곳을 보기 위해서는 몸 전체의 기능을 전향시켜야 하듯 영혼으로 하여금 밝은 부분을 볼 수 있도록 관조하면서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네. · · ·
- 인간에게 내재돼 있는 학습능력을 빨리, 효과적으로 전환시키는 기술은 있을지 모르지만 거기에 시력을 부여하는 기술은 없네. 시력은 본래 있는 것으로 다만 그것이 그릇된 방향을 향해 있었거나 진리를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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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우리가 건설하려는 국가의 수호자에 대해 얘기해 보세. 우리는 뛰어난 자질을 타고난 사람을 선별해 우리가 최대의 것이라고 증명한 지혜를 터득하도록 강제해야 하네. 선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되 결코 중도에 포기하도록 해선 안 되지. 그러나 그들이 다 올라가고 충분히 보았을 때는 그대로 머물러 있도록 해서는 안 되네.
· · ·
- 위에서 내려오도록 해야 한단 말이네. · · · 국가의 법률은 어느 한 계층만을 위해 입법된 것이 아니네.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며 국가 전체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었지. 즉 모든 국민을 결속시켜 공공의 선에 이바지하도록 함으로써 각자가 잘 살도록 하자는 것이었네. 이 목적을 위해 수호자들을 기른 것이지 그들 자신을 위해 기른 것이 아니었네.
· · ·
-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자들이라면 모르지만 우리가 세운 국가에서는 다르네. 우리는 그들에게 뛰어난 교육을 실시했고 철학과 실무의 경험을 쌓게 했네. 그러므로 당연히 아래로 내려가 국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어둠 속의 사물을 잘 분별할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할 걸세. 이미 진리를 목격한 그들의 혜안으로 국가를 다스린다면 그 어떤 국가가 우리를 따라오겠는가? 틈만 나면 권력욕에 눈멀어 당파싸움이나 일삼는 그런 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걸세. -p202~205
- 그러나 어떤 수에 대립되고 모순되는 것이 있어 경우에 따라 달리 보인다면 우리 안에서 지성의 힘이 움직이기 시작하네. 의혹에 싸인 영혼이 '모순과의 화해'를 촉구하면서 해답을 요구하기 때문이네. 이리하여 지식은 실재를 관조하는 교량이 되지.
· · ·
- 무릇 통치자들이라면 수학을 배우도록 해서 이성적 활동을 도모해야지. 수학은 참으로 유용한 학문이네. 장사꾼의 심정으로 익히기보다는 철학자의 정신으로 숭상해야 해. 추상적인 수를 논하게 되면 사물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네. -p209~210
- 교육을 강제해 노예적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되네. 어릴 때의 학습은 오락처럼 이루어져야 하며, 그래야만 타고난 소질을 파악해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으니까 말이네.
· · ·
- 변증론의 오용을 경계해야 된단 말이네. · · ·
이런 사람에게 변증술을 가르쳤을 경우, 그는 이 수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반박하고 대적하게 되지. -p217~218
제8권 잘못된 국가 체제
자유가 질서를 위협해 혼혈이든 이방인이든 그리스인처럼 동등해지지. 학교에서도 선생이 학생을 두려워하게 되고, 학생은 선생을 얕잡아 볼 것이네. 이러한 기운이 만연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민들은 매우 예민해져 작은 일에도 분노를 폭발할 걸세. 법도 상식도 없는 세상이 돼 결국은 체제가 무너지게 된다네. 이로써 참주가 등장하게 되지. -p223
- 이 명예 체제는 특이해서, 한편으로는 귀족 체제의 흉내를 내면서 한편으로는 과두 체제의 흉내를 내네. 그래서 수호자들을 존중하고 체육과 군사훈련에 주력하기도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을 통치자로 추대하기를 두려워하네. 대신 타고난 천성 때문에 전쟁을 즐기게 돼 전란이 끊이지 않지. · · ·
- 또 이들은 재물에 욕심이 많네. 과두 체제의 성향에 물들어 있어 소유욕이 강하고, 그러다 보니 구두쇠이기도 하네. 갖고 싶은 것은 많은데 물량은 제한돼 있으니 남의 것을 탐내기도 하지. 그리고 몰래 쾌락을 즐기는데, 이는 그들이 감화에 의해서가 아니라 강압에 의해 교육받았기 때문이네. -p227
- 재물에 눈이 어두워 황금을 밝히다 보면 정치 체제는 무너지게 돼 있네. 부와 덕은 저울의 양 끝과 같아서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은 내려가게 돼 있는 법.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 하다 보면 부패가 쌓이고 이전투구가 그칠 날이 없게 되지. 금전만능주의가 득세하면서 부자가 대접받는 반면 덕이 있는 사람들은 멸시당하네. 이렇게 되면 누가 더 돈이 많고 적으냐에 따라 정치적 발언권이 정해지지. 결국엔 법이 어떻게 바뀌겠는가? 재산이 정해진 기준에 미달하면 시민권의 자격은 물론 관직에도 나아갈 수 없네. 결국 명예 체제는 붕괴하고 과두 체제가 등장하게 되는 걸세.
· · ·
- 이런 국가는 사분오열하게 돼 있네. 그래서 두 개의 국가처럼 나뉘지. 하나는 부자들의 국가요 또 하나는 가난한 자들의 국가네. 이러다 보니 서로 간에 음모가 판을 치게 되고 내분이 그칠 날이 없네.
· · ·
- 그들은 전쟁을 수행할 능력도 없네. 두려워서 사람들에게 무기를 나눠주지도 못하네. 적보다 자신들이 더 무서우니까 말일세. 이러니 전쟁이 나도 싸울 사람이 없어 진퇴양난에 빠지네.
· · ·
- 그리고 이런 국가의 국민들은 쓸데없이 할 일이 많네. 남편이면서 군인이어야 하고, 상인 노릇도 해야 하네.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하니 고달파져 생활은 중구난방이 되지. 욕심쟁이들은 배를 불리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고독한 빈민으로 전락하네.
· · ·
- 신은 날개 달린 수벌들에게는 침을 주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수벌들에겐 침을 주지 않았는가? 침 없는 벌들은 평생을 노고와 고통 속에 헤매지만, 침이 있는 벌들은 남의 것을 빼앗을 게 분명하지. 이런 체제에서는 소수의 지배층을 제외하곤 모든 시민이 거지와 도둑이 돼 온 나라가 피폐해질 걸세.
- 과두 체제를 지배하는 사람들은 재물에 의지해 권력을 유지하므로 돈에 매우 민감하네. 그래서 그들은 젊은이들의 낭비벽을 부추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끌어 모으지. 젊은이들은 무절제에 빠져 타락의 길을 걷게 되고 지배자들은 더한층 그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네. 돈이 없어 시민권까지 박탈당하는 지경에 이르면 사람들의 증오는 점점 더 들끓어 오르지. 모반과 혁명의 기운이 싹틀 토양이 마련되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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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분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돼 체제가 무너지게 되네.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난한 자들은 부자들을 죽이거나 국외로 추방하지. 시민권을 회복하고 모든 것을 평등하게 관리하네. 관직마저 추첨을 통해 할당하게 되면 그때 비로소 민주 체제가 등장하게 되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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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나라는 겉만 보면 매우 훌륭해 보이네. 그러나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온갖 무질서와 혼란을 발견할 수 있네. 능력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평등'이라는 미약을 분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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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운 것이 없으므로 혼란을 자유로 알게 되고 낭비를 호방함으로, 염치없음을 용기로 착각하며 제멋대로 처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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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내면엔 어떤 질서와 규율도 없네. 그는 이러한 삶을 복되고 자유롭다고 착각하며 사네.
- 이러한 무질서는 개인의 가정에까지 스며들어 마침내 무정부 상태를 만들겠지. 아버지가 아들을 두려워하게 되고, 아들은 아버지를 무시하게 될 걸세. · · ·
- 그런데 민주 체제에서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일이 있네. 이 체제가 발전하다 보면 사람들은 세 부류의 계급으로 나뉘네. 우선 가장 힘이 강해 멋대로 날뛰는 계급이 있네. 이들은 파벌을 지어 최대의 자유를 누리면서 정권을 장악하고 있지. 다음으론 부자들의 계급이 있는데, 이들은 돈벌이에 관심이 많아 항상 재물을 모으지. 그렇긴 하지만 수벌(지배자)들에게 착취당하는 자들이네. 자신이 모은 꿀을 뺏기는 자들이지. 마지막으로 민중으로 분류되는 계급의 사람들이 있는데, 재산도 별로 없어 손수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네. 이들은 돈도 권력도 없지만 힘을 합치면 무서운 세력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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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벌의 착취에 시달리던 부자들은 과거의 과두 체제를 그리워하며 변혁을 모색하고, 이를 핑계로 소위 민중의 지도자라고 하는 자들과 결탁하게 되지. 참주는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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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주의 등장은 자못 화려하네. 그는 민중의 지지를 업고 등극한 군주처럼 행세하면서 누구에게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지. 친절하고 인자한 미소를 띠며 자신이 폭군이 아니라는 것을 각인시키려고 애쓰네. 빚도 탕감해 주고 토지도 분배하면서 민중들을 안심시키지. 또 제거해야 할 정적과 화해할 동지를 구분해 때로는 싸움을, 때로는 선동을 획책하며 민중이 늘 자신을 필요로 하도록 만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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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주는 민중들이 눈치 못 채게 조금씩 적대세력을 제거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강화하고, 급기야는 민중을 탄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네. -p229~238
제9권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왕국
- 배고픔이나 갈증이 육체의 결핍 상태를 의미한다면, 무지와 어리석음은 영혼의 결핍 상태를 의미하네. -p253
- 부정을 행하는 것은 결코 이익이 되지 않네. 이것으로 돈이나 권력을 얻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더욱 스스로를 악하게 만들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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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부정이 발각되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이익이 아닐 걸세. 오히려 은폐되면 될수록 그는 더욱 악해지네. 차라리 발각되어 벌을 받는 것이 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훨씬 이로운 일이네. 야만성이 순치될 기회를 얻고, 영혼은 다시 그 본성을 찾게 될 테니까. -p258
플라톤의 사상과 《국가론》에 대하여
우리는 플라톤을 말하기 전에 소크라테스를 먼저 말해야 한다. 플라톤의 철학을 논하기 전에 소크라테스의 가르침, 소크라테스가 몸담았던 세계를 말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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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민주주의는 오늘날과 달라서, 그 작동 방식이 예사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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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단의 소피스트들은 스스로를 과두정치파로 자처하며 민주정치를 공격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대로 된 민주정치를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이 체제가 갖고 있는 숙명적인 한계인지도 모른다. 당시 40만의 아테네 주민들 중 25만이 노예였고 자유민은 15만에 불과했다고 한다. 당연히 노예들에게는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 · ·
그는 타성적으로 인식하기를 거부했다. 당시의 소피스트들이 막연하게 지니고 있던 관념들에 그는 의심의 칼날을 들이댔다. 아는 체하는 자들에게, 네가 아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따져 결국은 그들이 아는 게 하나도 없음을 깨닫게 했다. 그는 철학이 무엇인지를 가르친 최초의 사람이었고, 지성적 사유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준 최초의 사람이었다.
피상적 인식의 습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는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그것의 근본'을 캐물었고, 그래서 '그것이 왜 그것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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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이나 그러한 판결을 도출해 내는 방식이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었음에도 그는 분개하지 않았다. 지혜로운 자의 영혼을 끌어내리기엔 삶의 욕구가 너무 작았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플라톤은 충격을 받았다. 70세를 끝으로 소크라테스가 생애를 마감했을 때, 플라톤은 28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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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만큼, 그는 스승을 파괴한 민주정치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가졌다. 선하고 지혜로운 자에게 통치를 맡겨야 한다는 국가관은 이때부터 그의 화두가 되었다. -p286~289
밝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세상을 보되 보이는 것만 보지 않고 그 너머의 세계까지 보는 것, 이것이 플라톤의 이데아론이다. · · ·
철학적 정신에 유유자적하는 것은 실제에 있어서 그 효용성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추상과 관념에 머물지 않고 그 정신을 구체적 현실세계에 의해 검토받도록 하는 것, 그것이 학자적 허영심을 버리고 통치자가 되는 길이다.
그러니까 가장 뛰어난 사람들에게 정치를 맡기는 것, 이것이 플라톤이 말하는 귀족 체제의 정치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플라톤의 유토피아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 · · 그의 공산주의는 재산뿐만 아니라 여자에까지 미치고 있어서, 아내의 공유로 이어진다. 함께 갖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으므로, 즉 욕망과 출구를 원천봉쇄함으로써 부패의 가능성은 제로가 된다. 내 아내가 없으므로 내 아이도 없다. 아이들은 공동으로 훈육되며 모든 인간관계는 동포애라는 하나의 질서에 흡수된다.
· · ·
많은 비평가들은 플라톤의 국가론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다. 모든 국민이 동포애의 마음으로 사이좋게 지낼 수만 있다면 이러한 사회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제도의 실현은 인간관계를 냉각시키고 말 것이다. 오늘날 보아왔듯이, 사유재산을 없애자는 발상은 책임감이 결여되기 때문에 환영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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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크라테스를 통해 그가 했던 말을 음미하는 것으로 자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견했음에도, 그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설혹 실현 불가능한 아름다운 세계라 할지라도, 그가 그린 그림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의 가치에 우리는 주목해야 하리라. -p294~297
몇 천년이 지나도 비슷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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