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방폐물'이란 열과 방사능의 준위가 높은 폐기물을 말하며,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력발전의 원료로 사용되고 난 후의 '핵연료 물질'을 말한다. 경수로형 원전의 경우, 핵연료를 약 3주기(4~5년) 정도 원자로 내에서 이용하게 되면 더 이상 충분한 열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적인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연소된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인출하고 새로운 핵연료로 교체해 줘야 한다. 이때 인출된 핵연료를 '사용후 핵연료'라고 부르며, 중수로형 원전의 핵연료 교체 주기는 약 10개월로 경수로형 원전의 교체 주기보다 짧게 발생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는 21기의 경수로형 원자로(고리, 한빛, 한울, 월성 부지), 3기의 중수로형 원자로(월성 부지) 등 24기의 발전용 원자로와 1기의 연구용 원자로(한국원자력연구원 내 하나로) 및 1기의 교육용 원자로(경희대학교)에서 '사용후 핵연료'가 발생되고 있고, 원전 운영으로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는 발전소 내 수조에 저장 중이며,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의 용량이 초과하는 경우, 다른 저장 수조 또는 건식 저장시설(월성원전만 해당)로 운반하여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은 현재, 총 25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세계 5위의 원전 운영 국가이다. 세계적으로 원전을 운영 중인 대부분의 국가는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확보했거나 부지 선정에 착수한 것은 물론이며, 2025년부터 핀란드처럼 고준위 방폐물의 최종처분 작업을 시작하는 나라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40년 넘게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을 못하고 있다. 이전에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구할 때 제정한 '특별법'처럼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대한 국민과 지역 주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투명한 절차가 담긴 특별법이 필요하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 세계 원전 운영 상위 10개국 중에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작업에 착수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인도의 경우 사용후 핵연료 처분보다 재처리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10개국 중 한국만이 유일하게 고준위 방폐장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며, 원전 운영 상위 20개국으로 확대하면, 벨기에와 피키스탄을 뺀 나머지 국가는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했거나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 이후부터 25기의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영구보관할 시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1986년부터 안면도, 굴업도, 전남 영광, 경북 울진 등 총 9차례의 방폐장 부지 선정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으며, 1989년 경북 영덕·울진 등에 대한 부지 조사는 주민 반대에 부딪혔고, 1990년 안면도가 후보지로 선정될 때는 주무부처 장관이 물러나야 했다.
1993년 전남 장흥이 무산된 뒤로 1994년 경북 울진의 일부 주민들이 찬성했었으나 결국 백지화됐다. 같은 해 12월 굴업도를 방폐물 관리시설 지구로 지정하고 지역 특별지원금 500억 원까지 출연했지만, 역시 강한 반대로 인해 지정을 해제했다.
이후 2003년에 있었던 방폐장 부지 선정 과정에서 대규모 반발이 발생하자, 정부는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확보에 우선적으로 착수하기 하고, 2016년과 2021년 두 차례, 국민 공감대 추진을 위한 공론화 제도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와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운영하며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한편, 핀란드와 스웨덴 등은 고준위 방폐물을 실제 처분하는 단계까지 진입했으며, 특히 핀란드는 이르면 내년 말쯤 온칼로 방폐장의 시운전에 돌입하여 방폐장을 운영하는 첫 국가가 될 전망이다.
핀란드는 1977년 첫 원전을 가동하고 이듬해부터 원전 운영사에게 방폐장 건설에 필요한 기금을 걷어 왔다. 한국과 비슷하게 1983년부터 고준위 방폐장 건설 논의를 시작해, 2001년 올킬루오토섬에 방폐장을 짓기로 했고, 이후 핀란드 정부는 방폐장 건설허가 등을 취득할 때 필요한 실증자료를 얻기 위해 2004년부터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 '온칼로'를 운영해 왔으며, 2016년부터 건설을 시작해 빠르면 2025년부터 최종처분을 시작할 계획이다.
핀란드 정부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논의하면서 국민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지 주민과 오랜 기간 소통을 이어왔으며, 특히 핀란드가 영구처분장 건설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정부 감독기관인 스툭(STUK)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스툭은 현지 여론조사에서 국민 신뢰도가 83%에 이르는 독립적 지위를 가진 기관이다.
또한 스웨덴도 방폐장 건설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1977년부터 고준위 방폐장 부지 조사를 시작한 스웨덴 정부는 1990년대 방폐장 부지 선정에 들어가 2009년 포스마크를 방폐장 후보지로 정하고 2022년 1월 포스마크 방폐장 건설계획을 승인했다. 핀란드에 이어서 세계적으로 두 번째 방폐장 건설 허가이다.
스웨덴은 지하 500m 암반에 갱도를 뚫어 주철과 구리 등으로 만든 금속용기에 사용후 핵연료를 담아 영구보관할 계획이며, 환경 검토를 끝내고 2026년부터 방폐장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다.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찾는 건 모든 국가의 난제이다. 경주의 중·저준위 방폐장은 부지 선정에 20년이 걸려서 준공까지 30여 년이 소요됐는데, 국민 공감대 형성에 엄연히 차이가 있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는 또 얼마나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법과 제도를 견고하게 수립하여 지역 주민의 신뢰를 하루빨리 얻어야 하는 21대 국회는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을 상정한 뒤 공전을 반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비결은 확실한 법률의 제정에 있다면서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국가적 책무를 다하는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전기신문 (http://www.electimes.com) ]
'사회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세청 '중소·영세 사업자 128만 명 부가세 납부기한 2개월 연장' (0) | 2024.01.09 |
---|---|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미세먼지OUT!》숏폼 공모전, 소문내기이벤트 (0) | 2024.01.07 |
서울시,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정책방향' 공청회 (1) | 2023.12.21 |
2023 미래 산업기술 심포지엄 (0) | 2023.12.19 |
공정위, 제품 용량 축소(슈링크플레이션) 정보표시 의무화 추진 (0) | 2023.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