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54개 국가가 처음으로 UN 기후 협약에 서명하고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첫 회의를 개최한 이래 기후 변화를 제한하고 대비하는 방법에 대한 만장일치로 협약을 맺는 UN 연례 기후 회의 'COP(Conference of the Parties)'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소된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지역별로 돌아가며 개최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기후 기록이 깨졌던 극심한 기상 현상이 일어난 올해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하 'COP28')는 세계 10대 산유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국영석유회사의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Jaber) 최고경영자가 COP28 의장을 맡아서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개최되었다.
영국의 찰스 국왕은 개회 연설에서 인간이 지구상에서 '광대하고 무서운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건강상 문제로 결국 참석하지 못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참석하여 기후 위기 문제를 강조하고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촉구할 예정이었던 이번 회담에는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을 비롯해, 약 200개국에서 약 100,000명의 정치인, 외교관, 언론인 및 환경운동가 등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의 기후 회의가 되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핵심 안건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석탄, 석유 및 가스 산업에 종사하는 약 2,400명이 참여하면서 총회 시작 전부터 화석 연료 그룹의 영향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석유 강국에서 주관하는 총회에 대한 우려는 결국, 가스, 석탄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화석연료 중 하나인 석유를 포함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는 합의하지 못한 채, 폐막일인 12일을 하루 넘겨 '기후변화 합의문에 처음으로 화석연료를 언급한 것에 의의'를 두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아닌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에 합의하고 폐막했다.
또한, 203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 향상 속도를 2배로 늘리겠다는 글로벌 목표가 포함되었으며, 탄소 포집 및 저장과 같은 저배출 및 무배출 기술을 가속화할 것을 국가들에 요구했다.
당초 11일에 공개된 합의문 초안에는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각국이 '정의롭고 질서 정연하며 공평한 방식으로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모두 줄일 것'이라는 문구가 있었으나, 이해 당사국 간의 반발로 '과학에 따라 2050년까지 순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정의롭고 질서 정연하며 공평한 방식으로 우리 에너지 시스템의 화석연료 전환을 시작할 것'에 합의했다.
이는 2년 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화석연료 중,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한 당사국들이 총회가 열린 지 28년 만에 '화석연료의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에 합의한 것이다.
유럽연합(EU), 미국, 기후 재난에 취약한 작은 섬나라 등 100여 개 국가가 최종 합의문에 명시할 것을 요구한 '화석연료의 퇴출'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심 산유국들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지만, COP28 참여국가 중 127개국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요구하거나 승인한 수의 증가는 1년 전 80개국에서 크게 변화한 것이다.
COP28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지난 2015년 파리 COP21에서 약 200개국이 합의한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핵심 목표에 대한 기대와 논란을 안고 개최된 COP28은 전반적으로 아쉬움과 실망으로 평가되며,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를 포함한 기후 운동가들은 COP 총회를 '그린 워싱(GreenWashing)'이라고까지 비판한다.
과학자들 또한, COP28 합의가 온실가스 배출을 신속하게 막을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세계가 1.5℃ 한계에 도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총회에서 국가적 조치를 넘어 글로벌 합의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COP21에서 합의된 1.5℃ 온난화 제한은 '거의 보편적인 기후 행동'을 주도했으며, 세계가 예상할 수 있는 온난화 수준을 낮추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세계가 여전히 파리 협약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속도에 근접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COP28의 성공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세계가 실천할 변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인류는 사실상 가장 더운 7월, 8월, 9월, 10월, 11월을 보내고 있고, 올 11월 서울의 최저 기온은 19도까지 오르면서 우리나라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116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그리고, 11월 1일 제주도의 낮 최고 기온은 28.4℃로, 작년에 세운 11월 역대 최고 기온 27.4℃를 경신했고, 일본 도쿄는 11월 7일 기온이 27.5℃로 100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중국에서는 900개가 넘는 지역에서 11월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더웠던 가을은 처음이었다.
12월 8일 자 사이언스(Science) 지에는 미국 유타대와 컬럼비아대의 국제공동 연구팀(CenCo2 PIP ; The Cenozoic Co2 Proxy Integration Project)의 연구 결과가 실렸는데, 장단기 기후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지질학적 증거 등을 분석하여 지난 6천500만 년 간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기온을 재구성해 보니, 산업화 이후부터 빠르게 진행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2023년 현재 420ppm에 도달하여, '현재 지구 대기가 1400만 년 전인 신생대 수준의 대기로 환원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런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기온만큼 더 심각한 것은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는 '해수면 온도 상승의 극적인 가속화'현상이다. 바다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저장고일 뿐 아니라, 지구 열의 약 90%를 저장하고 있는데, 2000년 이후 얕은 바다는 물론이고, 심해 바다가(0~2000m)가 지속적으로 더워져 2013년을 기점으로 가속화되어 2020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제 북극에서는 겨울에만 빙하를 볼 수 있다.
1880년대 산업화 이전에 관측한 지구 평균 기온인 15℃에서 사상 처음으로 평균 온도가 1.5℃ 높아진 때가 바로, 각국 지도자들이 파리기후협정을 체결한 2015년 12월이었다. 그 이후에도 일시적으로 기준점을 돌파한 날들이 몇 차례 있었고, 특히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던 2016년은 '1.5℃ 기준점'을 75일 나 돌파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낸 2023년 9월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75℃나 높았고, 1.5℃ 이상의 기온 상승을 기록한 날이 86일이나 되어, 통계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2016년의 기록을 넘어섰다는 결론이 나온다.
파리협약의 '1.5℃ 기준점'은 현재 세계 평균 기온이 화석연료 배출량이 증가하기 전인 1850~1900년 기온보다 1.5℃ 올라가는 것을 뜻하고, '1.5℃ 기준점 붕괴'는 일시적인 기간이 아닌 몇 년 단위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이 1.5℃ 이상임을 의미하므로,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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