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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

곤충들이 인공조명에 몰리는 이유

by 두우주 2024.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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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혼란

 인간은 인공조명을 사용하여 밤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지만, 도시화의 과잉에 따른 과도한 인공조명은 인간 외의 생명에, 특히 지구상에서 점점 희귀해지는 반딧불같이 야행성 습관을 가진 동물 종에게 치명적이다.

 

출처 =BBC 코리아, GETTY IMAGES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플로리다 국제 대학 과학자들이 '곤충은 왜 불빛에 몰려드는가?'에 대한 답을 얻으려고 코스타리카 몬테베르데 깊은 산속의 어둠 속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곤충이 단순히 빛에 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있는가 하면, 빛의 따스함이 곤충을 끌어당긴다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었는데, 곤충이 인공 불빛을 평소 비행에 사용하는 자연광으로 착각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관찰을 통해 연구자들은 곤충의 비정상적인 비행 패턴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설을 도출해 냈는데, 곤충들은 인공 불빛을 이용해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몰려든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플로리다 국제 대학 과학자들이 공동 진행한 것으로, 모션 감지 카메라를 사용하여 곤충이 3D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곤충은 광원을 등진 채로 마치 광원 주위에 그려진 듯한 궤도로 돌고 있었다.

 

 이는 동물이 자신의 시야 내에서 가장 밝은 물체를 향해 등을 돌린다는 '배광반사(dorsal light response)'라는 현상이다. 곤충은 너무 가벼워서, 사람처럼 지면 반력(지면이 몸에 가하는 힘)을 이용해 몸을 원하는 대로 가누기 힘든 데다가 주로 날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어느 방향이 위쪽인지 알기 위해서는 또 다른 안정적인 원천이 필요했다. 인류가 인공조명을 발명하기 전까지는, 밤에는 달과 별이 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임페이얼 칼리지 런던의 생명공학자인 사무엘 파비안은 "곤충은 낮에 하늘을 기준으로 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밤에는 광원을 기준으로 삼는다"며 "따라서 어디에 있든지 항상 광원을 머리 위쪽에 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공조명처럼 한 점 형태로 된 광원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이나 별과는 다르게 너무 가깝게 있다 보니 곤충은 광원을 등진 채로 광원 주위를 끝없이 돌게 된다. 비행기가 회전하기 위해 기울일 때 비행기의 전방 가속도와 양력의 힘 때문에 곡선 운동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게 곤충이 지평선과 수평을 맞출 수 있게 도와주는 작용이, 곤충을 계속 빙빙 돌게 만드는 것이다.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잠자리부터 초파리에 이르기까지, 수십 종의 곤충들에게서 비슷한 행동이 관측되고 있다. 배광 반사 형태의 움직임은 곤충이 밤에 인공조명으로 모이는 이유에 대한 과거의 단순한 가설들이 틀렸음을 입증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궤도를 도는 것 외에도, 다른 패턴이 관찰됐는데, 실속현상(곤충이 빛의 측면을 따라 똑바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다가 추진력을 잃고 진자처럼 아래로 툭 떨어지는 것)과 함께, 뒤집어진 상태에서 빛 위로 직접 날아가는 것이 관측됐다.

 

 연구자들이 투광 조명을 최악의 빛 공해로 꼽는 이유는 바로 이 행동 때문이다. 광활한 하늘을 가득 채우는 빛줄기는 곤충이 몸을 가눌 수 없게 만들고 불시착을 유발한다.

 

 인공조명은 곤충에게 더 많은 피해를 입힌다. 곤충의 건강 유지와 생존을 위한 활동, 즉 수분이나 먹이 활동, 짝짓기, 포식자 회피 등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 곤충학자인 아발론 오웬스는 "인공조명은 곤충의 감각에 혼란을 유발해 곤충이 현재 있는 위치를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곤충의 행동과 발달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빛 공해에 대한 229개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인공조명은 곤충 개체 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고, 도시화가 꾸준히 확대(연간 10% 정도) 되면서 빛 공해 또한 매년 늘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실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결국, 곤충에게 수분을 의존하는 농작물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궁극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몸집이 큰 동물들의 식량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자들은 해법은 간단하다고 말한다. 바로 '인공조명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꼭 사용해야 한다면, 투광 조명 대신 색 온도를 낮춘 LED를 타이머로 설정해서 사용하고, 빛이 퍼지지 않도록 조명을 아래쪽으로 비추면 '조명 주변에 곤충이 갇히는 현상'이 약 70~8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전 세계 여러 도시들이 인공조명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하이오 미들타운에서는 수천 개의 가로등 조명을 더 낮은 온도의 빛을 내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LED로 전환 중이며, 다른 19개 주에서는 조명 사용을 줄이거나 차단하는 법을 시행 중이고, EU의 여러 국가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나와 있다.

 

연구자들은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답을 찾지 못했고 이 주제에 대해 아직 더 알아낼 것이 많기 때문에 흥미롭다"고 말하면서 "곤충에게 영향을 주는 범위를 줄이려면, 조명을 하늘을 향해 비추지 말아야 한다. 빛의 방향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빛공해

 

 빛공해는 인공조명의 양이 너무 밝거나 지나치게 많아서 야간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을 말하며, 전 세계 인구의 약 83%와 선진국의 99% 이상이 인공조명으로 오염된 하늘 아래서 살고 있고, 유럽 인구의 60% 이상이 은하수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광 공해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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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빛공해 지도 (출처 =  brilliantmaps.com)

 

 지난 2006년 데이터로 제작된 세계 빛공해 지도는 부유하고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나머지 지역의 빛공해 정도를 명확하게 비교해 볼 수 있다.

 

 유럽 서부와 미국 동부, 모스크바와 나일강 주변, 이스라엘, 중동지역, 그리고 한국과 일본, 중국 동부에 비해 불빛 하나 없는 몽골과 북한, 중국 중서부의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빛공해가 가장 적은 나라는 캐나다, 호주 등이며, 중앙아프리카 같은 저개발국들이 빛공해가 적은 나라들이다.

 

 

빛공해의 종류

 

 하늘 밝아짐(sky glow)이란 빛이 대기 중의 수증기나 먼지 등 오염 물질 입자와 상호작용하여 모든 방향으로 굴절, 산란되면서 하늘의 전체적인 밝기를 밝게 만드는 현상으로, 대기 중에 오염물질이 많고 백열등의 사용도가 높은 도시 지역에서 많이 일어나며 도시 전체를 밝게 만들어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없게 만든다.

 

 눈부심(glare)은 강렬한 빛이 눈으로 직접 들어와서 잠시 동안 시각을 마비시키는 현상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데, 필요 이상으로 조도가 밝게 설치된 각종 광고물과 조명이 우리 눈으로 직접 들어오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와 같은 효과를 일으켜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빛침해 (출처 = 2006 대학 환경상 공모 수상집)

 

 빛 침해(light trespass)는 필요에 의해 설치된 조명이 의도치 않은 구역까지 침투해서 피해를 입히는 현상으로, 보행자 구역만을 밝히면 충분한 가로등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주택의 창문으로 침투해 수명 장애를 유발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거나 야생 동식물의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생태계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한 장소에 과도하게 모여 있는 군집된 빛(clutter)은 혼란과 주의 산만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도로 안전을 위한 것이더라도 잘못 설계된 공공 도로의 과도한 조명이나 길가에 놓인 밝은 광고물의 위치와 디자인은 운전자를 방해하거나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해변에 설치된 과도한 인공조명(over-illumination)은 해양 플랑크톤의 상승 및 하강 주기를 변경시키고 달빛에 유도되는 바다거북의 생물학적 활동에 혼란을 주어 번식 주기에 영향을 미친다.

 

한강 다리 조명 (출처 : 서울시)
 

 

불야성 빛 공해 심각해짐에 따라 '눈의 불편함' 등 기준 마련

환경부, 제3차 빛공해방지 종합 대책 수립·시행

야간 시설 신규 조명 기준 신설, 농축산 빛공해 피해 사례 연구

 

 환경부는 도심을 수놓는 인공조명이나 농작물 생산량을 감소시키는 빛공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조도나 휘도 등, 물리적 수치를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눈의 불편함' 등 국민이 체감하는 정도에 발맞춰 빛공해를 관리하기로 했다.

 

 지난 1월 11일, 환경부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를 위한 '제3차 빛공해방지 종합 계획(2024~2028)'을 수립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빛공해방지 종합 계획은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에 따라 건강한 빛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5년마다 수립하고 있는 국가 기본계획으로, 이번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환경부는 학계, 관계 부처, 지자체 등 관계 기관 협의 및 의견 수렴('23.3~12)을 비롯해 빛공해방지 위원회(위원장 환경부 기후 탄소정책실장)의 의결('23.12)을 거쳤다.

 

 '국민이 편안한 빛, 일상을 비추는 빛'이라는 비전으로 '편안한 빛환경 조성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4대 추진전략과 12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는데, 첫 번째 '건강한 빛환경 조성'에 주력한다.

 

 빛공해 방지 정책의 국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 관리 기준인 밝기 수준에서 눈부심 등 '시각적 불편함'이 반영된 조명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올해 국민 체감형 빛공해 기준 연구를 수행한다.

 

 또한 골목길 보안등 등, 사회 안전 용도의 조명과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경관 조명 등의 경우에는 현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밝기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으며, 야간 운영 풋살경기장 등 국민 불편이 발생하고 있는 옥외 체육시설의 신규 조명의 경우,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명 기준을 마련하고, 빛공해로 인한 농작물 생산량 감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산 분야의 빛공해 피해 사례 연구를 확대하여 농어촌 지역의 빛공해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선제적·효율적 빛공해 관리 체계 마련'으로,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옥외조명 사전 심사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이를 위해 옥외조명 사전 심사 제도 대상과 심사 항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지자체의 제도 활성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세 번째는 '민간 협력 바탕의 빛환경 정책 추진'으로 빛공해 방지를 위한 민간의 기술 개발 참여를 강화하여, 공공분야 입찰·조달 시 빛공해 방지 기술을 사용한 조명 등에 가점을 부여하는 등 혜택 방안을 마련하고, 지자체에는 스마트·고효율 조명 기술 현장실험실을 시범 조성하여 지자체와 민간의 역량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네 번째는 '좋은빛 문화 정착'으로 지자체 빛공해 민원 담당자의 교육을 강화하고, 대학과 연구기관 등과 협력하여 빛공해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전문 교육과정을 신설·지원할 계획이다.

 

 국민 모두가 편안한 빛환경 속에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기존의 관리 체계를 고도화한 이번 제3차 빛공해방지 종합 계획은 환경부 누리집(me.go.kr)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환경부

 

 

[출처 = BBC NEWS 코리아, brilliantmaps.com, 뉴스 1, 환경부, 2006 대학 환경상 공모 수상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