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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

(책) 신, 만들어진 위험

by 두우주 202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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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만들어진 위험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이 시작된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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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알라딘

 

원   제 | Outgrowing God

저   자 | 리처드 도킨스

옮긴이 | 김명주

출판사 | 김영사

주   제 | 과학철학, 현대과학, 종교학 일반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저술가. 〈프로스펙트〉가 전 세계 100여 개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뽑혔다.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했다.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옥스퍼드대학교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를 지냈고, 뉴칼리지의 펠로로 있는 왕립학회와 왕립문학원의 회원이다. '이성과 과학을 위한 리처드 도킨스 재단'을 만들어 대중의 과학적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에도 헌신하고 있다.

 1976년 첫 책 《이기적 유전자》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만들어진 신》(2006)으로 과학계와 종교계에 뜨거운 논쟁을 몰고 왔다. 그 외에도 《확장된 표현형》(1982), 《눈먼 시계공》(1986), 《에덴의 강》(1995),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1996), 《무지개를 풀며》(1998), 《악마의 사도》(2003), 《조상 이야기》(2004), 《지상 최대의 쇼》(2009),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2011), 《영혼이 숨 쉬는 과학》(2017), 《신, 만들어진 위험》(2019)과 두 권의 자서전 등을 펴냈다.

 왕립문학원상, 왕립학회 마이클 패러데이 상, 인간과학에서의 업적에 수여하는 국제 코스모스 상, 키슬러 상, 셰익스피어 상, 과학에 대한 저술에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 상, 영국 갤럭시 도서상 올해의 작가상, 데슈너 상,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위한 니렌버그 상 등 수많은 상과 명예학위를 받았다.  

 

김명주 (옮긴이)

 성균관대학교 생물학과,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주로 과학과 인문 분야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호모 데우스》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멈출 수 없는 우리 ➊인간은 어떻게 지구를 지배했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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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모든 청춘에게

 

- 목차 -

1부 신이여, 안녕히 

1. 너무나 많은 신  2. 그런데 그것이 사실일까?  3. 신화와 그 기원  4. 선한 책?  5. 선해지기 위해 신이 필요할까?

6. 우리는 무엇이 선인지 어떻게 판단할까?

 

2부 진화,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7. 분명 설계자가 있을 거야  8. 있을 법하지 않은 것들로 가는 단계  9. 결정과 직소퍼즐  10. 상향식인가, 하향식인가?

11. 우리는 종교적 성향을 가지도록 진화했을까? 우리는 친절하도록 진화했을까?  12. 과학에서 용기를 얻자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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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이여, 안녕히

 

1. 너무나 많은 신

 여러분은 신을 믿는가? 

 어떤 신을 믿는가?

 인류 역사 내내 세계 모든 곳에서 수천 명의 신이 숭배를 받아왔다. 다신론자 polytheist는 동시에 많은 신을 믿는다(theos는 '신'을, poly는 '많은'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보탄(오딘)은 북유럽인의 최고신이었다.  · · ·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도 다신론자였다. · · ·

 수많은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자신들의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 · ·  그런 고대인들이 틀렸다는 걸 우리는 어떻게 알까? 왜 지금은 아무도 제우스를 믿지 않을까? 다른 건 몰라도 우리 대부분은 그 오래된 신들에 관한 한 '무신론자 atheist'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유신론자 theist는 신 또는 신들을 믿는 사람이고, 무신론자 atheist - atheist의 'a'는 '아니다'라는 뜻이다 - 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한때 로마인은 초기 그리스도인이 유피테르나 넵투누스, 또는 그 부류의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을 무신론자라고 불렀다. 요즘 우리는 그 말을 어떤 신도 믿지 않는 사람에게 사용한다. -p13~14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를 함께 묶어 흔히 '아브라함' 종교라고 부르는데, 세 종교 모두 신화상의 족장 아브라함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은 유대인의 시조로도 추앙받는다. · · ·

 이 세 종교를 모두 일신교라고 부르는데, 이는 신자들이 오직 하나의 신만을 믿는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 · ·

 현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가 일신교인지도 석연치 않다. 예컨대 그들은 사탄(그리스도교) 또는 샤이탄(이슬람교)이라 불리는 사악한 '마귀'의 존재를 믿는다. 마귀는 그 밖에도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예를 들면 베엘제불, 늙은 닉, 사악한 자, 적대자, 벨리알, 루시퍼 등이다. · · · 종교는 흔히 더 오래된 종교들로부터 사상을 물려받는다. 선과 악의 장대한 전쟁이라는 개념은 아마도 페르시아의 예언자 자라투스트라가 창시한 초기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에서 왔을 것이고, 조로아스터교는 아브라함 종교들에 영향을 주었다. 조로아스터교는 선의 신(아후라 마즈다)이 악의 신(앙그라 마이뉴)과 결전을 벌이는 두 신 체제의 종교였다. · · ·

 특히 미국과 이슬람 국가들에서 무신론자에게 겨눠지는 아주 괴상한 비난 중 하나는 무신론자들이 사탄을 숭배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무신론자는 선한 신을 믿지 않는 것만큼이나 악한 신도 믿지 않는다. 무신론자는 초자연적인 것은 어떤 것도 믿지 않는다. 오직 종교인들만이 사탄을 믿는다. 

 그리스도교는 다른 면에서 봐도 다신교에 가깝다. '아버지, 아들, 성령'은 '세 분이 한 분이요, 한 분이 세 분'(삼위일체)으로 묘사된다. 이 표현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를 놓고 수 세기 동안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삼위일체는 마치 다신교를 일신교에 쑤셔 넣는 공식처럼 들린다. 그리스도교를 '삼신교'로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 · ·  고대 그리스인, 로마인, 북유럽인이 다신론자였다면 로마가톨릭교도도 그렇다.

 로마가톨릭교도는 성인들 개개인에게도 기도한다. -p16~19

 

 각기 다른 나라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 부모를 따라 그들 나라의 신 또는 신들을 믿는다. 이런 신앙은 서로 모순되고, 따라서 모두 옳을 수는 없다.

 만일 그 신앙 중 하나가 옳다면 어째서 여러분이 태어난 나라에서 우연히 물려받은 신앙이 옳아야 하는가? · · ·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어린아이들에게 부모가 믿는 종교로 꼬리표를 붙이는 습관이다. '가톨릭교도 어린이' '개신교도 어린이' '이슬람교도 어린이'처럼 말이다. 종교적 견해를 갖기는커녕 아직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들에게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게는 그게 '사회주의자 어린이' '보수주의자 어린이'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해 보이고, 실제로 아무도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무신론자 어린이'라는 말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p21

 

 어떤 사람은 단지 "나는 알지 못해. 우리는 알 수 없어"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은 흔히 자기 자신을 '불가지론자 agnostic'라고 부른다. 이 단어('알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를 만든 사람은 '다윈의 불도그'로 잘 알려진 찰스 다윈의 친구 토머스 헨리 헉슬리이다. 그에게 다윈의 불도그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는 다윈이 너무 겁을 내거나 너무 바쁘거나 너무 아플 때 공개 석상에서 다윈을 위해 싸웠기 때문이다. · · ·

 이름 있는 신들은 믿지 않지만 그래도 '어떤 종류의 더 높은 힘' '순순한 정신', 우주를 설계했다는 것 외에는 우리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창조적 지능이 존재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 · · ·

 이런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를 '범신론자'라고 부른다. 범신론자가 무엇을 믿는지는 다소 모호하다. · · · 

 스스로를 '이신론자'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신론자는 역사에 존재한 수많은 이름 있는 신 중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범신론자보다는 좀 더 명확한 것을 믿는다. 그들은 우주 법칙을 창조하고 시간과 공간이 시작될 때 모든 것에 시동을 건 다음에는 물러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어떤 창조적 지능을 믿는다. -p22~23

 

 사람들이 자신은 무신론자라고 말할 때 그것이 신이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는 신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p24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 모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지만 아무도 반증할 수 없는 수십억 가지 것들에 대해 불가지론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 믿을 이유를 제시할 때까지, 일부러 믿지 않는 수고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 · ·

 진화라는 방대한 주제에 대해 지금은 진화가 확실한 사실이라는 것만 알아두면 된다. 우리는 침팬지의 사촌이고, 원숭이의 좀 더 먼 사촌이며, 물고기의 훨씬 더 먼 사촌이다. -p25

 

2. 그런데 그것이 사실일까?

 뉴욕과 워싱턴 D.C. 에 대한 9·11 테러 공격이 일어난 것은 겨우 20년 전이다. 예수의 죽음과 가장 오래된 복음서인 <마르코의 복음서>가 쓰인 시점 사이에 경과한 시간에 비하면 20년은 짧은 시간이다. 9·11 관련 사실은 그동안 방대하게 기록되었고, 수많은 목격자가 보고했으며, 세세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논의되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 인터넷은 상반된 소문, 전설, 이론으로 떠들썩하다. · · ·

 사람들이 단순히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사실이고, 인터넷은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준다. 그리고 소문과 가십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위대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말은 지구 반 바퀴를 돌 수 있다." 악의적인 거짓말뿐만 아니라, 사실이 아니지만 말하기 즐겁고 재미있는 훌륭한 이야기도 전염성이 강하다. 여러분이 선의로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지 못할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또 즐겁지는 않아도 으스스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또 다른 이유이다. -p37~38

 

  '예수'는 여호수아 Joshua 또는 Yeshua라는 히브리어 이름의 라틴어 어형이다. 이것은 흔한 이름이었고, 떠돌아다니는 설교자도 흔했다. 그러므로 여호수아라는 설교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사람이 많았을  가능성도 있다. 믿을 수 없는 대목은 그들 중 누군가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물 위를 걷고, 처녀로부터 잉태되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그런 걸 믿고 싶다면 지금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증거를 찾는 게 좋을 것이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말했듯 "비범한 주장에는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 세이건은 아마 유명한 프랑스 수학자 라플라스에게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라플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비범한 주장에 필요한 증거의 무게는 그 주장의 이상함에 비례해야 한다." -p57

 

3. 신화와 그 기원

 아브라함은 유대 민족의 시조이고, 오늘날 세계 3대 일신교 신앙-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창시자였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존재했을까? 아킬레스와 헤라클레스의 경우처럼, 그리고 로빈후드와 아서왕의 경우처럼 진실은 알 수 없고, 그가 실존했다고 생각할 확실한 이유는 전혀 없다. -p69

 

 민족 전체가 노예로 살았던 것이나 몇 세대 뒤 대규모 이주를 한 것은 큰 사건이었다. 여러분은 그 정도로 큰 사건이면 고고학 기록과 이집트 역사 기록에 흔적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두 가지 사건 모두 증거가 전혀 없다. 유대인이 이집트에 포로로 잡혔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확률이 높지만, 그럼에도 그 전설은 유대 문화에 깊이 새겨져 있다. 《성경》에서 신이나 모세를 언급할 때, 그들의 이름 앞에는 흔히 "너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낸" 또는 이에 상당하는 수식어가 붙는다. -p72

 

 아담과 이브 이야기, 노아와 방주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다. 교양 있는 신학자들 가운데 그것을 역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비슷한 이야기처럼 그 이야기들도 그야말로 '신화'다. 신화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어떤 신화는 아름답고, 대부분의 신화가 흥미롭다. 하지만 신화는 역사가 아니다. 불행히도, 특히 미국과 이슬람 세계의 교육받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역사라고 생각한다. 모든 민족은 신화를 가지고 있다. -p78~79 

 

 하지만 그 위대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거의 절반이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믿는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다. 다행히 나머지 절반이 있고, 그들은 미국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 강국으로 만들었다. 만일 《성경》의 모든 말이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고 믿는 과학적으로 무지한 절반이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미국이 얼마나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p94~95

 

4. 선한 책?

  속죄 개념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그러니까 신은 인류의 죄, 무엇보다 인류가 물려받은 (존재한 적도 없는) 아담의 죄를 용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용서할 수는 없었다. 그건 너무 간단했고, 너무 뻔했다. 누군가는 희생으로 용서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런데 인류의 죄는 너무 엄청나서 평범한 희생으로는 불가능했다. 신 자신의 아들인 예수의 고문과 고통스러운 죽음 말고는 무엇으로도 불가능했다. · · ·

 여러분에겐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정말 끔찍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전능한 신이라면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는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언제든 개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번제물로 바치려 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얘들아, 그만해. 그거면 됐어. 내 사랑하는 아들의 손에 못을 박을 것까지는 없어. 아무튼 너희를 용서할게." -p118

 

5. 선해지기 위해 신이 필요할까?

 왜 누군가는 여러분이 선한 사람이 되는 데 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딱 두 가지뿐인데, 둘 다 나쁜 이유이다. 한 가지 이유는 《성경》과 《코란》 또는 다른 어떤 성서가 우리에게 선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며, 그런 규칙집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 ·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들이 인간을 너무 낮게 평가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정치인을 포함해 우리 모두는 누군가가 - 아무도 없다면 신이 - 지켜보고 있을 때만 선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일명 '하늘에 계신 위대한 경찰' 가설이다. 약간 업데이트하면 '하늘의 위대한 스파이 카메라(또는 감시 카메라)' 가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p129~130

 

 수천 년 전, 남성이 자신의 아내를 소유하고 가장 중요한 소유물이 노예였을 때 쓰였다는 이유로 《성경》을 비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물론 우리는 더 이상 그 나빴던 옛날에 있지 않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우리는 더 이상 그 시대에 있지 않고 우리가 우리의 도덕, '옳고 그름'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성경》에서 얻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리고 사실상 우리는 그런 것들을 《성경》에서 얻지 않는다. 만일 그랬다면 우리는 지금도 안식일에 일했다는 이유로, 또는 다른 신을 섬겼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돌로 쳐 죽이고 있을 것이다. -p153

 

 만일 예수가 이렇게 말했다면 우리가 얼마나 감명받았을지 상상해 보라.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마귀는 없다. 사람 몸에서 나와 돼지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없다. 이 남자는 머릿속이 아픈 것이다. 마귀는 어디에도 없다." 나아가 예수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우리가 얼마나 감명받았을지 상상해 보라. "지구는 태양의 궤도를 돌고, 모든 생명체는 사촌지간이며, 지구가 생긴 지는 수십억 년 되었고, 세계지도는 수백만 년에 걸쳐 변한다 · · ·." 하지만 아니었다. 그의 지혜는 여러 면에서 인상 깊었지만, 신이 아니라 그 시대 훌륭한 사람의 지혜였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긴 했지만 그저 사람일 뿐이었다. -p161

 

6. 우리는 무엇이 선인지 어떻게 판단할까?

 다른 모든 동물처럼 우리 인간도 수억 년의 진화가 낳은 산물이다. 뇌도 몸의 다른 모든 부분처럼 진화한다. 이 말은 곧 우리가 뭘 하고, 뭘 하고 싶고, 뭐가 옳고 그르다고 느끼는지도 진화한다는 뜻이다. -p165

 

 우리는 타인에게 친절하고 싶은 욕구도 물려받은 듯하다. · · · 그리고 그런 제한적인 친절은 아마 우리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에 반영될 것이다. 우리는 먼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진화한 도덕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p166

 

 내 친구인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The Better Angels of Nature》라는 대단한 책을 썼다. 그는 우리 인류가 어떻게 수백수천 년에 걸쳐 더 친절해지고 온화해지고 덜 폭력적이고 덜 잔인해졌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유전적 진화와 무관하고 종교와도 무관하다. '공중'의 무언가가 세기를 넘어가면서 대략 같은 방향이라고 볼 수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p173

 

 자, 이렇게 도덕적 가치관은 '공중에' 감도는 것이고, 그것은 100년 심지어 10년이면 바뀐다. 하지만 도덕적 가치관은 우리의 진화적 과거 외에 실제로 어디에서 올까? 그리고 왜 바뀔까? 변화의 일부는 카페와 술집, 그리고 저녁 식탁에서 주고받는 일상의 대화에서 온다. 우리는 서로에게 배운다. 우리는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본받겠다고 맹세한다. 그리고 소설이나 신문 사설을 읽고, 팟캐스트나 유튜브 강연을 듣고 생각을 바꾼다. 국회와 의회는 토론을 하며 단계적으로 법을 바꾼다. 판사는 법을 시대 변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다. -p174

 

 도둑은 정직한 피해자가 대다수인 사회에서만 성공한다. 만일 모든 사람이 항상 거짓말을 한다면 거짓말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비교할 만한 믿을 수 있는 진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p183

 

 우리가 신을 믿든 믿지 않든 현대의 도덕률은 《성경》의 도덕률과 매우 다르다. 《코란》의 도덕률과도 다르다.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하늘에 있는 위대한 스파이 카메라'를 의식해서 선한 사람이 되려는 것은 확실히 칭찬할 만한 이유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 같다. · · · 

 그러면 우리 모두는 신을 믿는 것도 그만두어야 할까? 아니다. 그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신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신은 여전히 존재할지 모른다. · · ·   하지만 어떤 것이 존재한다고 믿으려면 증거가 필요하다. 어떤 종류의 신 또는 신들이 존재한다는 어떤 확실한 증거가 어딘가에 있을까? · · · 

 내가 마침내 어떤 신이든 신을 떠올리기를 포기한 것은 진화에 대해 배우고, 왜 살아 있는 것들이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지에 대한 진정한 설명을 알았을 때였다. 그 설명-찰스 다윈의 설명-은 그것이 설명하는 생명체들만큼이나 아름답고 미묘했다. - p186~187

 

2부 진화,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7. 분명 설계자가 있을 거야

 각각의 사례는 대단히 숙련된 창조적 예술가가 만든 작품처럼 보인다. 그리고 '창조적'이라는 단어는 나를 이번 장의 요점으로 돌아오게 한다. 동물이나 식물의 모든 것, 즉 모든 생물의 모든 세부는 마치 누군가가 설계하고 창조한 것처럼 우리를 압도한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가 1장에서 만난 수많은 신 중 하나의 솜씨라고 - 잘못- 생각했다. 또는 특정한 신이 아니라 어떤 이름 모를 창조자의 솜씨라고 생각했다. -p210

 

 특히 여러분이 생물의 피부밑을 들춰본다면 결함을 보게 될 텐데, 거기에는 깊은 뜻이 들어 있다. 그 깊은 뜻은 바로 진화사이다. 여러분이 만일 동물이 지적으로 설계되었다고 알고 있다면 그런 결함을 발견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몇몇 결함은 그 반대로 지적이지 못한 설계다. · · · 

 역사가 깃든 결함의 또 다른 유명한 예가 여러분 눈의 망막이다. 우리 눈은 망막이 뒤집혀 장착되어 있다. 모든 척추동물이 마찬가지이다. · · ·  연결하는 합리적 방법은 문어 같은 두족류가 사용하는 방법이다. 두족류의 경우 광전지를 뇌와 연결하는 '전선'-신경세포-이 망막 뒤로 나온다. 아주 합리적 방법이다.

 척추동물 망막의 전선은 그렇지 않다. 척추동물에서는 광전지의 연결이 거꾸로 되어 있다. 각각의 광전지는 빛을 등지고 있다. · ·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쁜 설계의 예는 되돌이후두신경이다. 후두는 목에 있는 목소리 상자이다. 후두에는 후두신경이라 부르는 두 개의 신경이 연결되어 있다. 이 중 하나인 위후두신경은 합리적으로 뇌에서 후두로 직접 연결된다. 다른 하나인 되돌이후두신경의 경로는 도대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 · · 기린의 경우 그건 엄청난 우회이다. 나는 동물원에서 불운하게 죽은 기린을 해부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도우면서 이것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이 또한 명백히 나쁜 설계이지만, 역사를 보면 완벽하게 이치에 맞다. 우리 조상은 물고기였고, 물고기는 목이 없다. 되돌이후두신경의 물고기 버전은 되돌아가지 않는다. 그것은 아가미들 중 하나와 연결되어 있다. 뇌에서 그 아가미까지의 최단 경로는 앞에서 언급한 그 동맥 뒤쪽이다. 이것은 우회가 전혀 아니다. 진화사에서 나중에 목이 길어지기 시작했을 때, 그 신경은 약간 우회할 필요가 있었다. 세대가 지날수록 목은 꾸준히 더 길어졌으며, 우회도 점점 더 길어졌다 기린의 조상에서 우회가 말도 안 되게 길어졌을 때조차 진화적 변화가 작동하는 방식 때문에 그 신경은 경로를 완전히 바꾸어 동맥을 뛰어넘는 대신 점점 길어지기만 했다. · · · 

 나는 "온몸에 쓰인 역사"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우리는 추우면 소름이 돋는다. 그건 우리 조상들에게 털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추우면 털이 곤두섰는데, 그러면 털에 붙잡힌 공기층이 두툼해져서 온기가 유지되었다. 스웨터를 한 장 더 입는 것과 같다. 우리는 더 이상 온몸이 털로 덮여 있지 않다. 하지만 털을 곤두서게 하는 작은 근육들은 그대로 있다. 그래서 여전히 존재하지도 않는 털을 세움으로써 추위에-쓸데없이-반응한다. 온몸이 털로 덮였던 우리의 과거가 우리 맨살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소름에 말이다. -p213~218

 

8. 있을 법하지 않은 것들로 가는 단계

 동전 던지기의 경우는 특정한 결과가 나올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 · ·  눈이나 심장 같은 것은 어쩌다 보니 재수 좋게 생겨나지 않는다. 이런 '있을 법하지 않음'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것들은 설계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번 장과 다음 장에서의 내 임무는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설계자는 없었다. 눈이든, 눈을 설계할 수 있는 창조자든 있을 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이라는 문제에는 창조자가 아닌 어떤 다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제공한 사람이 찰스 다윈이었다. -p224

 

 그들은 무작위적인 우연의 대안은 설계자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떠올린 것 역시 그것이라도 걱정 마라. 19세기 중엽에 찰스 다윈이 나타나기 전까지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 -p226

 

 다윈의 위대한 점은 인간 선택자가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데 있다. 자연은 그 모든 일을 혼자서 수억 년 동안 해왔다. 어떤 돌연변이 유전자는 동물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 유전자는 개체군 내에서 출현 빈도가 높아진다. 다른 돌연변이 유전자는 동물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걸 더 어렵게 만들고, 따라서 개체군 내에서 빈도가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p231

 

 진화는 개체군 내의 유전자 비율이 변하는 것이다. 우리가 밖에서 보는 것은 세대를 거치면서 몸과 행동에 나타나는 변화이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어떤 유전자는 개체군 내에서 점점 더 많아지고, 어떤 유전자는 점점 더 줄어드는 것이다.  · · · 

 여러분과 나, 그리고 여러분의 고양이와 창밖에서 지저귀는 새 등 우리 모두는 저마다 자기 조상을 돌아보며 다음과 같은 자랑스러운 주장을 할 수 있다. "내 조상 중에 일찍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 · ·  그것은 우리 모두, 모든 동식물과 곰팡이와 박테리아, 이 세계에 살고 있는 80억 인구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살아남아 조상이 되는 데 적합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p238

 

 인간의 눈과 같은 뛰어난 시각 장치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날 수 없다.  · · ·  하지만 훌륭한 눈이 약간 덜 훌륭한 눈에서 무작위 변화를 통해 생길 수는 있다. 그리고 약간 덜 훌륭한 눈이 그보다 훨씬 덜 훌륭한 눈에서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아주 형편없는 눈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아주 형편없는 눈이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 · ·   이런 식으로 보면, 아무리 복작하고 아무리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이라 해도 생명체의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한다. 여러분이 보고 있는 게 무엇이든 그것은 한 번에 생겨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과 조금 다른 어떤 것에서 생겨났다. 매 단계 아주 작은 변화만을 일으키는 아주 작은 단계를 밟아 점진적으로 슬며시 생겼다고 생각하면 있을 법하지 않음의 문제는 저절로 풀린다. 그리고 첫 번째 단계는 훌륭한 어떤 것을 전혀 만들어 내지 않았을 것이다. · · ·  

 이 모든 일은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느리게 일어났다. 

 모든 생물을 똑같이 설명할 수 있다. 그러면 모든 것의 설계자라는 신은 어떻게 될까? · · ·  어떤 것을 설계할 정도로 충분히 똑똑한 존재, 충분히 복잡한 존재는 우주에 늦게 등장해야 한다. -p239~241

 

9. 결정과 직소퍼즐

 과학은 우리에게 눈송이의 아름답고 복잡한 대칭에 대해 완전하고도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눈송이가 왜 저마다 독특한 지도 설명한다. · · ·  분자들이 이런 특정한 모양으로 저절로 형성될 때 그 과정을 자기 조립 self-assembly이라고 부른다. -p252

 

 여러분의 코점막에는 모양이 각기 다른 수천 개의 분자 틈이 있다. 각각은 딱 맞는 모양의 분자가 끼워 맞춰지길 기다린다. 예를 들어 아세톤 분자는 아세톤 모양의 틈새에 직소퍼즐처럼 딱 맞는다. 아세톤 모양의 틈은 뇌에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내게 딱 맞는 분자가 방금 끼워졌어." 뇌는 이것이 아세톤 모양의 틈임을 '알고' 있으며, 그래서 이렇게 생각한다. '아하,  매니큐어 제거제구나.' -p260

 

10. 상향식인가, 하향식인가?

 수십억 년의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은 아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DNA 지시 instruction가 서서히 만들어진 것이다. 그 지시는 자연선택을 통해 만들어졌다. 즉 연마되고 개선되었다. 아기를 잘 만드는 유전자는 그러지 못한 유전자를 이기고 전해졌다. 그리고 만들어진 아기의 종류가 수백만 세대에 걸쳐 아주 천천히 점진적으로 변해갔다. -p268

 

 DNA에 일어난 모든 돌연변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련의 중간 효과들을 거쳐 단백질, 세포 화학 그리고 배아 성장 패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 동물이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고,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일으킨 DNA가 다음 세대에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거나 낮춘다. 그러므로 세대를 거치면서 수천 년, 수백만 년에 걸쳐 개체군에 살아남은 유전자는 그야말로 '유익한' 유전자이다. · · ·  

 이것이 바로 다윈의 자연선택이다. 즉 모든 동식물이 저마다 자기 일을 그토록 잘하는 바로 그 이유이다. 무엇을 잘하는지는 종마다 다르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은 결국 한 가지 일을 잘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바로 뭘 하든 그것을 잘하게 만드는 DNA를 후대에 전달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이런 자연선택이 수천 세대에 걸쳐 일어난 후 우리는 개체군 내 동물들의 평균적인 형태가 변한 것을 알아차린다. 진화가 일어난 것이다. 수억 년이 지나면 많은 진화가 일어나 물고기처럼 생긴 조상이 뒤쥐처럼 생긴 후손을 낳게 된다. 그리고 수십억 년이 지나면 더 많은 진화가 일어나 박테리아 같은 조상이 여러분이나 나 같은 자손을 낳게 된다. 

 살아 있는 생물의 모든 것이 지금과 같은 방식인 이유는 그 조상이 수많은 세대에 걸쳐 그런 방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류도 마찬가지이고, 인류의 뇌도 마찬가지이다. 종교적 믿음을 갖는 경향은 음악과 섹스를 좋아하는 경향과 마찬가지로 인간 뇌의 속성인 것이다. -p284~286

 

11. 우리는 종교적 성향을 가지도록 진화했을까? 우리는 친절하도록 진화했을까?

 인간의 뇌는 패턴을 찾는다. 자연선택은 우리의 뇌 안에 순서 같은 패턴을 알아차리는 경향을 심어놓았다. 즉, 우리의 뇌는 무엇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눈여겨본다.  우리는 번개가 번쩍인 다음에는 천둥이 치고, 먹구름이 몰려오면 비가 내리고, 비가 오지 않으면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 ·  

 우리는 패턴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때 패턴이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리고 패턴이 실제로 존재할 때 패턴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p294

 

 특정한 결과를 원할 때마다 사람들은 기도하거나 미신 같은 버릇을 기르는 경향이 있다. 미신 그 자체는 아마도 우리 조상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 세계에서 패턴을 찾는 일반적 경향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신은 이것의 부산물이었다. · · ·  패턴을 알아차리는 경향은 자연선택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미신과 종교적 믿음은 그 경향의 부산물이었다. -p300

 

 부산물 이론은 종교적 믿음에 대한 진정한 다윈주의적 설명이다. 다윈주의적 설명은 특정 유전자가 개체군 내에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다. 다윈주의적 설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다른 종류의 설명도 있다. 예를 들면, 집단 전체 또는 국가 전체가 종교 때문에 더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것은 종교 자체가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p303

 

  자연선택은 우리 뇌에 제한된 친절의 바탕을 심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선택은 불친절의 바탕도 심는다. 늘 그렇듯 균형이 존재한다. 인류 역사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 균형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6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친절한 방향으로. -p305~306

 

 오늘 내가 여러분에게 호의를 베풀면 내일 여러분이 내게 호의를 베풀 것이다. 그리고 그 역도 성립한다. 이것이 호혜이다. 그리고 이타주의는 친절함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러므로 호혜적 이타주의란 여러분한테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에게는 여러분도 친절하게 대한다는 뜻이다.

 호혜적 이타주의에는 의식적인 자각이 필요하지 않다. 의식하지 않고도 보답하는 뇌를 만드는 유전자는 자연선택에 유리할 수 있다. -p311

 

 그리고 "불확실할 때는 일단 친절하게 대하라"는 규칙이 여전히 우리 뇌에 있다. 이와 함께 오래된 "신뢰 관계를 쌓은 적이 없다면 의심할 준비를 하라"는 규칙도 있다. 

 그러므로 친절에 대한 진화적 압력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으며, 이것이 우리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의 본바탕일지도 모른다. -p315

 

12. 과학에서 용기를 얻자

 다윈이 등장하기 전, "생물 세계의 이 모든 아름다움과 복잡성이 설계자 없이도 생겨날 수 있었다"는 말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황당한 소리였다. 그런 가능성을 고려해 보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했다. -p319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의자는 거의 텅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설마 그럴 리가!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지고, 모든 원자는 작은 핵과 그 궤도를 도는 훨씬 더 작은 전자들의 구름으로 이루어진다. 그 사이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다.  · · · 

 스티브 그랜드는 저서 《창조 Creation》에 이렇게 썼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생각해 보라. 당신이 분명히 기억하는 어떤 것,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보고 느낄 수 있으며 심지어는 냄새도 맡을 수 있는 어떤 것. 결국 당신은 그때 그곳에 실제로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아니면 어떻게 그것을 기억하겠는가? 하지만 폭탄선언을 하겠다. 당신은 거기 없었다.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지금 당신 몸 안에 있는 단 한 개의 원자도 그곳에 없었다. 
물질은 여기서 저기로 흐르고, 순간적으로 함께 모여 당신이 된다. 그러므로 당신이 무엇이든 지금 당신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당신이 아니다. 이 말을 듣고도 목뒤의 머리칼이 쭈뼛서지 않는다면, 그럴 때까지 다시 읽어라.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장의 메시지는 "과학은 번번이 상식을 뒤집는다"는 것이다. 과학은 당황스럽거나 심지어 충격적일 수도 있는 놀라움을 제공하고, 우리는 이성이 이끄는 방향이 매우 놀랍더라도 그걸 따라갈 용기가 필요하다. 진실은 놀라움 그 이상일 수 있고, 심지어 두려울 수도 있다. -p330~333

 

 생명체의 복잡성, 아름다움, 유목적성은 명백히 지적인 창조자의 손에 설계된 것처럼 보였음이 틀림없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 · ·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간단한 진리는 그 모든 똑똑한 그리스인, 다윈 이전의 그 모든 대단한 수학자와 철학자의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명백해 보이는 것을 거역할 지적 용기가 없었다. · · · 자연선택이 그 모든 똑똑한 사람들을 비켜간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기 때문이다. 생명의 그 모든 복잡성과 다양성을 설명하는 힘든 일을 하기에는 너무 간단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예컨대 우리는 약 40억 년 전에 진화 과정이 정확히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 아직은 - 모른다. · · · 우주 자체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리고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들은 어디서 올까? · · ·

 갈릴레오, 다윈, 베게너는 놀라운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제안했고, 그들이 옳았다. 많은 사람이 놀라운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제안하지만, 틀린다. 말도 안 되게 틀린다. 용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러분은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는 수 세기에 걸쳐 팽창했다. 그리고 우주 자체도 매 순간 말 그대로 팽창하고 있다. -p340~342

 

 이제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우주 자체의 기원, 기본상수와 '미세 조정' 논증으로 돌아가보자. 손잡이들을 딱 맞는 위치에 맞추기 위한 그 모든 조작, 그 문제를 다시 보도록 하자. '인류 원리 anthropic principle'라 부르는 흥미로운 개념으로 시작하겠다. 

 안트로포스 Anthropos는 '인류'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인류학 anthropology 같은 단어들이 여기서 유래했다. 인류는 존재한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여기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우리를 탄생시킬 수 있는 종류의 우주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은 우리를 탄생시키는 데 딱 맞는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 우리가 녹색식물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녹색식물이 없는 행성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없을 것이다. · · · 

 우리가 아는 생명은 액체 상태의 물이 필요하다. 물은 오직 좁은 범위의 온도에서만 액체로 존재한다. 너무 차가우면 얼음이 되고, 너무 뜨거우면 수증기가 된다. 우리 행성은 우연히 태양으로부터 딱 적당한 거리에 있고, 그래서 물이 액체일 수 있다. 우주에 있는 대부분의 행성은 그들의 항성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너무 가까이 있다. 모든 항성에는 '골디락스 존'(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고, 아기 곰의 죽처럼 '딱 적당한' 곳)이 있다. 지구는 태양의 골디락스 존에 있다. 수성과 명왕성은 서로 정반대의 이유로 그렇지 않다. 물론 인류 원리는 우리가 지구에 존재하기 때문에 지구가 골디락스 존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행성이 골디락스 존에 있지 않았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다.

 소수의 우주만이 물리법칙과 상수가 우연히 생명체의 진화에 딱 맞게 되어 있는 '골디락스 우주'이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는 그 소수의 우주 중 한 곳에 있어야 한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우리 우주가 골디락스 우주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수십억 개쯤 되는 생명 친화적이지 않은 평행 우주들 가운데 있는 하나의 생명 친화적인 골디락스 우주.- p350~352

 

 

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나를 중심으로 살아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