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생긴 울퉁불퉁한 모양새에 찝찌름하고 달달한 맛과 독특한 향을 가진 '멍게',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 중 하나로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바닷속에서 나름 '최적의 진화'를 거쳐 살아남은 생물이라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멍게는 세계적으로 1,500여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약 70여 종이 있다고 한다. 셀룰로오스로 된 단단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을 가지고 있으며, '멍게'라는 말은 경상도 쪽 사투리였지만 표준어보다 더 많이 통용되어서, 원래 표준어인 '우렁쉥이'와 함께 복수 표준어가 되었다.
멍게는 '자웅동체'로 무성 생식과 유성 생식으로 알을 낳는다. 유성 생식으로 산란된 알은 해류를 타고 떠다니다가 부화하여 자라기 때문에 개체들이 따로 떨어져 자라고, 출아법으로 무성 생식된 알은 모체 바로 옆에서 자라기 때문에 군체를 형성한다.
멍게의 유성 생식과 유충에 대해서는 비교적 근래에 밝혀졌으며, 그전에는 산호나 해파리같이 단순한 형태를 갖는 자포동물로 알려졌지만, 유충의 척삭이 알려지면서 더욱 복잡한 진화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멍게 유생은 올챙이 모양으로 플랑크톤 형태로 떠다니다 적당한 장소를 찾으면, 식물의 뿌리처럼 '족사(足絲)'를 뻗어 바위나 해저바닥에 부착하고 붙박이가 되어 고착생활을 한다. 유생 시절에는 뇌를 이용해서 먹이를 찾아다녔지만 성체가 되어 움직이지 않고 흘러 들어오는 먹이만 잡아 먹고 살면서부터는 에너지 소모가 많고 생존에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자신의 뇌를 먹어 버린다.
유성 생식으로 산란된 멍게 유충은 뇌, 안점 등이 있는 머리와, 척삭이 있는 꼬리로 나뉘며, 올챙이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척삭동물의 특징을 보인다.
척삭(脊索)은 몸통의 세로방향 지지기관으로,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은 척삭이 발전하면서 척추뼈로 이루어진 척주가 된다. 즉, 멍게의 배아와 척추동물인 인간의 배아가 같은 '척삭구조'를 갖고 있었지만, 멍게는 바닷속에서 유유자적하는 붙박이 생활에 적응하면서 무뇌로 진화했고, 인간은 육지로 올라와 지구에 문명을 만드는 존재로 진화한 것이다.
고등한 생물의 장기를 가진 유충이 적당히 살만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고착생활을 시작하면서 힘들이지 않고 흘러들어오는 바닷속 플랑크톤을 먹고 소화시키는 데 필요한 소화기관과 최소한의 장기만을 남겨 놓고,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뇌와 신경 등은 없애버리는 것이다.
언젠가 인간의 뇌가 점점 작아진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머릿속에 기억해야 할 전화번호는 휴대폰에 저장하고 지식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뇌 기능이 줄어들어 크기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앞으로 지구 나이가 현재만큼 지난 몇 십억 년 후, 우리 인간의 뇌도 점점 작아지다 못해 멍게처럼 진화될 수도 있을까?
아니면... 그전에 인류는 멸종할까?
'교육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시교육청, 내달 5일부터『서울 학교체육 포털』운영 (1) | 2024.01.24 |
---|---|
(책) 신, 만들어진 위험 (3) | 2024.01.22 |
광림아트센터 장천홀「무료 클래식」콘서트 (0) | 2024.01.16 |
동작50플러스센터 「드론 교육 체험 원데이 클래스」 (1) | 2024.01.09 |
(책) 국가론 - 이상국가를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개정판) (2) | 2024.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