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우울의 말들
그리고 기록들
원 제 | De grenzen van mijn taal (내 언어의 한계)
지은이 | 에바 메이어르 Eva Meijer
옮긴이 | 김정은
출판사 | 까치
저자 '에바 메이어르'는 네덜란드의 작가로, 화가이자 가수이고 작곡가이며 철학자이다.
우리나라에는 「부서진 우울의 말들」 외에 「이토록 놀라운 동물의 언어 (Dierentalen)」라는 작품이 번역 출간되었다.
번역가 '김정은'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뜻있는 번역가들이 모여 전 세계의 좋은 작품을 소개하고 기획 번역하는 펍헙 번역 그룹에서 전문 번 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이토록 놀라운 동물의 언어』, 『유연한 사고의 힘』, 『바람의 자연사』, 『바이털 퀘스천』, 『진화의 산증인, 화석 25』, 『미토콘드리아』, 『세상의 비밀을 밝힌 위대한 실험』, 『신은 수학자인가?』, 『생명의 도약』, 『감각의 여행』 등이 있다.
우울증에 대한 저자 자신의 고백의 기록으로, 어린 시절 갑자기 시작된 우울증은 여전히 그의 곁에 머물고 있지만,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반려견과 산책함으로써 우울한 날들과 멀어지려고 노력하는 개인적 탐구 과정을 묘사한 자전적 에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대 철학자와 프로이트, 푸코, 울프와 같은 사색가들의 통찰과 자신이 경험한 상실과 우울증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차례
들어가는 글 _ 7
1. 서서히 빠져버린 색과 만찬 식탁에서의 죽음에 대하여 : 짧은 개인사 _ 15
2. 뒤틀린 나무들과 영혼의 형태에 대하여 _ 41
3. 광기의 이로움과 치유에 대하여 _ 77
4. 몸의 기억과 내 발걸음의 지혜에 대하여 _ 123
5. 세상에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는 것에 대하여 : 결론 _ 147
주 _ 161
옮긴이 후기 _ 179
대충 훑기
들어가는 글
사랑에 빠지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얻는다. 누군가를 잃게 되면, 하나의 세상을 잃는다. 그러나 우울증은 당신이 당신 자신과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든다. 더 이상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없을 뿐 아니라, 안심할 수 있는 집과 같은 장소는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_10p
우울증이 무엇인지를 더 잘 이해한다고 해서 우울증이 낫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해해 볼 가치는 있다. 우울한 사람을 사로잡고 있는 의문들은 근본적으로 인간적이다. _ 12p
1. 서서히 빠져버린 색과 만찬 식탁에서의 죽음에 대하여 : 짧은 개인사
죽음, 나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형체를 얻어서 마치 그림자처럼 그 시절의 내 옆에 항상 붙어 있었다. _ 21p
삶은 혼란스럽고 제멋대로이며 부조리하다. 우리가 질문을 던져도, 세상은 지나치게 조용하다. 우리가 바라는 결과나 의미를 우리에게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신이 그가 상상한 대로 이 세상을 만들었다고 믿고, 거기에 질서와 목적을 부여하기도 한다. _22p
만약 우리가 이렇다면, 자살은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가능한 한 폭넓고 풍성한 삶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부조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카뮈의 주장은 옳다. 삶이 부조리하다는 것은 기쁨의 원천이기도 하며, 해학은 그 무의미함에 대항하는 최고의 무기 중 하나이다. _ 23p
우울증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한 가지 요소는 다른 어딘가에서 뭔가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는 낙관적으로 우울했다. 나는 나 자신을 깨닫고자 열망했고, 잘 단련이 되어 있었으며, 전투적이었다. _28p
최선을 다해서 섬겨야 할 신은 없다.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죽는다. _39p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나아갈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 속에서 태어난다. 젠더, 피부색, 심리 상태, 신체 조건, 사회적 계급과 같은 온갖 다른 요소들이 여기에 작용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다른 이들을 만나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 다른 이들은 우리와는 완전히 딴판이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죽을 것이며 이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_ 40p
2. 뒤틀린 나무들과 영혼의 형태에 대하여
불안과 슬픔은 종종 신경을 써야 할 만한 것들과 연관이 있지만, 우울하면 모든 것이 부질없어 보인다. 우울은 아주 새까맣기는커녕 검지도 않다. 어쩌면 어둠일 수는 있다. _ 47p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우연의 문제이다. 우울증이 얼마나 깊어질지, 그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다시 우울증에 걸릴지 역시 대개 우연의 문제이다.
우리 몸 안에 바다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수위는 때로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진다. _48p
어느 날에는 물이 점점 차올라서 공황 상태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바다를 벗어날 수는 없다. 그 바다는 우리의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드러누워서 무작정 기다리면, 수위가 낮아져서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워 있으면 분명 물에 잠기게 될 테니, 그러지 않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 사이에 물이 더 차오를 수도 있고, 당신은 이미 한동안 숨을 참아왔다. _ 49p
우리의 형태는 우리가 경험한 모든 일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상처가 전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_51p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끔찍한 장애를 겪는 사람도 많고, 태어나지 않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 반복적으로 우울증이 지속되고, 좋은 때보다 우울한 시기가 더 많은 삶에서는 목적을 찾기가 어렵다. 모든 사람이 이런 일을 견디면서 더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이런 일을 견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_52p
더 나아가, 우울증은 당신을 세상의 바깥에 있게 함으로써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준다. 그리고 자신만의 판단을 내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현 상태에는 많은 문제가 있으며,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 작품에 대한 찬사는 내게 자부심이 되어주지 않고, 칭찬의 말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 (~ 악평도 내게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어쨌든 모든 것을 넓게 보아야 한다. 만약 죽음이 소파에 당신과 나란히 않아 있다면, 그 밖의 다른 모든 문제는 덜 중요해 보인다. _53~54p
프랑스의 탈구조주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자신에 대한 돌봄을 하나의 도덕적 프로젝트라고 묘사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덕을 쌓고 인격을 형성하는 것이 일종의 훈련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하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고결하게 행동해야 하는 것은 도덕 계율 때문이 아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큰 행복을 기대하면서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선해야 한다. 그리고 자주 선하게 행동하면 더 좋은 사람이 된다. 마찬가지로, 가끔씩 우울증이 오래 지속되는 삶을 살면, 우울증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_54~55p
죽음은 당신의 몸 안에 있고, 때가 될 때까지 당신은 그 몸으로 살아간다. 우리는 어쨌든 유한한 존재이다. _71p
이 단계에서는 반드시 달리기와 바깥 활동을 계속한다. 필요하다면, 생각들을 괄호 안에 넣어둔다. (이것은 내 생각일 뿐,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계속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헛되이 버려지는 날들, 쓸모없는 날들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러 날들은 지나가고, 새로운 날들이 올 것이다. _73p
「윤리에 관한 편지」에서 세네카는 죽음에 대해서 다소 간결한 태도를 보인다. 중요한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삶은 하나의 공연이고,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고결한지이다. 죽음은 나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무에서 왔고 무로 돌아갈 것이다. 태어나지 않는 것은 아무도 해치지 않는다. 따라서 죽음이 당신을 해칠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우울증은 끝나지 않을 것 같고 우울할 때에는 하루하루가 너무 길지만, 우울증도 대개 지나간다는 것을 잊지 말자.)_75~76p
3. 광기의 이로움과 치유에 대하여
'미쳤다'는 것에 대한 내 생각은 대충 다음과 같다. 다른 이들이 보는 세상과 살아가는 세상은 아직 그 자리에 있는데, 그것이 더 이상 내 세상은 아닌 것이다. 세상과 나 자신의 경험 사이의 거리는 나의 광기를 나타낸다. _83p
광기의 한 요소는 내가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나는 내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정말로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떤 느낌인지를 설명하자면, 공황발작이 좋은 본보기이다. 당신을 쫓는 대형 포식자도 없고 심연에 빠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과도한 경계를 하는 것이다. 이런 발작은 갑자기 당신을 덮치는 폭풍과 같다. _84p
광기는 당신이 자신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다. _85p
많은 거식증 환자들이 그들의 고통에 유착되어 있다. 고통이 그들의 정체성의 일부가 된 것이다. 어쩌면 그 이유는 대개의 사람들이 한 개인으로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시기인 사춘기에 거식증이 주로 시작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거식증을 벗어나서 바깥 생활을 하는 것이 사실상 거식증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거식증으로 인해서 그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거식증을 이겨내고 살아야 할 이유, 그 병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섭식 장애는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서 상당히 치명적이다. 네덜란드에서는 거식증 환자의 5~10퍼센트가 신체 상태의 악화나 자살로 사망한다. _95p
인지 행동 치료는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의 분리에 초점을 맞춘다. 마음속 잡초는 효과적으로 뽑아내야 한다. 그 시작은 상황, 생각, 감정/행동이라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도표를 만드는 것이다. 각각의 특정 상황이 어떤 비이성적인 생각을 유발하고, 그 생각에 따라서 감정과 행동이 나온다는 발상이다. 생각을 바꾸면 감정과 행동도 바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것이 무엇과 같은 지를 밝혀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만 알 수 있을 뿐, 무엇인지는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_97~101p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심리 치료에서 이야기가 지닌 의미의 중요성을 지적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슬픔과 멜랑콜리아 Trauer und Melancholie」(1917)라는 짧은 논문에서, 두 상태의 차이를 다룬다. 여기에서 멜랑콜리아는 오늘날 우리가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것과 다소 비슷하다. 슬픔과 멜랑콜리아는 둘 다 상실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깊은 심리적 고통의 형태이다. 그러나 슬픔은 특정 사건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으로 여겨지는 반면, 멜랑콜리아는 병리학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_102p
슬픔의 경우에는 세상이 텅 비어버리는 반면, 멜랑콜리아의 경우에는 자아(ego)가 텅 비어 버린다. _ 103p
항우울제와 다른 정신과 약물들은 화학적 광기를 억제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 그 약물들은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11만 6,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수행된 대규모 연구를 통해서 증명된 바에 따르면, 항우울제는 효과가 있다. 모두에게 항상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생명을 구한다. 우울증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안개가 걷혔을 때의 안도감을 상상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울증은 말 그대로 당신을 마비시킬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화학물질이 그 마비를 없애줄 수 있다. _ 111~112p
(※반면, 항우울제의 부작용은 자살을 유발할 수 있다.)
인종차별, 식민주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와 같은 우리 사회의 측면이 특정 집단에서 우울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우울증과 열등감은 유전적 수준에서도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다. 이는 큰 문화적 외상을 입은 희생자들의 다음 세대는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태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2013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은 인구 1인당 우울증 수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그 뒤를 바싹 따랐다. _112~113p
아웃사이더(outsider)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아웃사이더는 문학적으로도 중요한 인물이다. 어떤 테두리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기존의 것에 다른 빛을 드리우기 때문이다. _ 119p
일반적으로 창조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 장애, 거식증, 자폐증에 걸릴 위험이 더 크고, 이런 장애를 겪고 있는 친족이 있을 가능성도 종종 평균에 비해서 더 높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울한 체질인 사람들은 영혼이 더 풍성하다고 믿었다. 그의 결론에 따르면, 천재들은 종종 멜랑콜리아를 겪고 광기와 천재성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멜랑콜리아와 우울증에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점, 미쳤다는 것과 건강하다는 것 사이의 경계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그 무게에 끌려 내려가는 누군가에게는 그다지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 누구나 마음의 병이 완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우울증은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_ 120p
4. 몸의 기억과 내 발걸음의 지혜에 대하여
걷기는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내게는 이것이 항우울제보다 더 효과가 좋다. _127p
새로운 습관을 획득하면 이 세계에서 우리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길이 넓어진다. 산책을 나가는 것은 아침을 먹는 것처럼 습관이다. 더 나아가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저항의 한 형태가 될 수 있고, 푸코가 말한 자신에 대한 실천에 비길 수 있다. 치료가 아닌 도덕적 품성이며, 필요에 의해서 자신을 개선하는 것이다. _130p
그 동물들이 없었다면 나는 우울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이는 많은 다른 이들에게도 적용되는데, 우울증과 다른 심리적 장애물에 반려동물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견디기 어려울 때, 그 동물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내가 줄 수 없는 무엇인가를 바라거나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나와 함께 있어주었다. 그들은 나를 보는 것을 늘 행복해했고, 그렇게 인정을 받으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_ 138p
의존에는 단계가 있다.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하고, 살아가는 동안 변한다. 누구나 아기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의존은 잘못이 아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는 내 기분이 너무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나는 동물들과 서로 돕고 있었음에도 종종 그들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들은 삶과 나를 연결해 주는 고리였고, 나를 돌봐 주었다. 그래서 나는 털북숭이 친구들에게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_141p
내가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 세계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만들고 늘려서 그 시간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정확히 말하면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계속 만나기 위해서이다.
고요함을 망토처럼 둘러쓰고 있다고 해서 우울증에 잘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연습을 하면 공허함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_144~145p
5. 세상에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는 것에 대하여 : 결론
우울증의 폭풍도 마찬가지이다.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은 아침들이 있다. 이런 날들은 그냥 안 좋은 날일 뿐이다. 그저 지나가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뭔가를 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고, 그냥 당신과 맞지 않은 하루였을 뿐이다. 그냥 자신에게 말하자. 오늘은 나쁜 날이야. 있어서는 안 될 날이었어. 당신은 곧 잠이 들고 다른 곳으로 안내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면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새롭다는 말에는 반복과 갱신의 의미가 둘 다 담겨 있다. _153p
가벼운 우울증이 있을 때에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 가능한 한 오래 해야 한다. 당신은 당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없지만, 다른 이들은 당신의 가치를 알아본다. _154p
자기 자신을 치유할 수 없을 때에는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들에게도 좋고, 자신의 삶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회운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대의를 진심으로 따르고, 그것이 당신의 운명의 일부가 되게 하자. 어떤 중요한 일에 투신하는 것은 부당한 사회 구조뿐 아니라 가라앉고 있는 당신 자신에 대한 저항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 세계는 우리의 집이다. _156~157p
세상은 넓다. 당신보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오래되었다. 태양은 매번 새롭게 다시 떠오르고, 끊임없이 다시 진다. 해변은 당신이 거기에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신이 발견되든지 사라지든지 파도는 계속 움직이면서 밀려갔다가 다시 밀려온다. 바다는 끝이 없고, 저 멀리서 하늘과 하나가 된다. 당신의 몸도 하나의 바다이다. 밤낮을 따라 움직이고 저절로 늙어가며 당신보다 훨씬 더 오래된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것은 곧 끝날 것이고, 당신의 본래의 것으로 흡수될 것이다. 그러니 지구에, 당신이 지나온 나날들에 의지하자. 내일은 다를 수도 있다. _ 159p
위대한 인간은 사색의 동물이 되면서 우울을 동반하게 되었으나, 한낱 초파리와 인간이 6~70%나 공통된 유전자 지도를 가지고 있다.
지구에 살고 있는 80억 명의 사람들은 각자 80억 개의 소중한 세상을 소유하고 있다. 많이 다르고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인간종은 대동소이하다. 누구에게 겁먹을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을 협박할 권리도 없다.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나쁜 날보다 좋은 날을 많이 만들면서, 모두에게 유한한 삶을 행복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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