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플라스티키, 바다를 구해줘 - 페트병으로 만든 배의 태평양 항해기
2013년 북로드에서 번역 출판한 <플라스티키, 바다를 구해줘>라는 책으로,
모험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의 태평양 항해기이다.
저자는 세계적인 금융부호 로스차일드가의 막내아들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지역적 변화와 구체적 행동을 주장하는 젊은이들의 운동단체인 어드벤처 에콜로지(Adventure Ecology)를 설립하고 환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독창적인 교육시스템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접적인 실천과 행동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인 데이비드는 2006년 북극점 횡단 중에 녹아내리는 빙하를 맞닥뜨리며 탐험을 중단한다. 이 여정을 인터넷으로 함께한 전 세계의 수많은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지구의 환경문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공감을 이끌어 내고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 있는 탐험 활동을 계획한다.
이렇게 새로운 탐험 주제를 찾던 중에 플라스틱 폐기물과 태평양 환류에 모여 있는 거대 쓰레기 섬에 대한 유엔 환경보고서를 접한 이후, 전설적인 콘티키호의 탐험에 발상하여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를 오염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면, 그 플라스틱으로 배를 만들어 콘티키호처럼 태평양을 횡단하여 '플라스틱 쓰레기 바다를 크게 부각시키자'라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생각해 낸다.
※ 노르웨이의 인류학자이자 탐험가인 토르 헤위에르달은 고대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태평양의 섬으로 이주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1947년 5명의 동료들과 함께 뗏목을 타고 페루에서 출발하여 폴리네시아까지 항해했다.
1만 2500개의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만든 배를 타고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태평양을 횡단하겠다는 플라스티키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3분마다 8500만 개 이상의 플라스틱 병이 사용되고 있다.
병에 담아 파는 생수는 수돗물보다 1900배 더 비싸다.
영국에서 시음회를 실시해 본 결과, 사람들은 20개 제조사의 생수가 아닌 런던의 수돗물을 선택했다.
그리고 뉴욕의 수돗물은 생수 명가 에비앙과 폴란드 스프링을 제쳤다.
- 본문 중에서 -
'플라스티키의 탄생'
배를 설계하고 건조하는 과정이 진행될수록, 우리는 일반적인 방식이야말로 가장 쉬운 길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진정한 혁신이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_ 본문 48페이지
'바다 위로 태양은 떠오른다'
대양에 쏟아져 들어가는 플라스틱 폐기물, 그중에서도 특히 북태평양에 모이는 쓰레기들을 살펴보면 동물성 플랑크톤과 비교해 그 비율이 36:1이나 된다. 바다에 플랑크톤보다 플라스틱이 36배나 더 많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인간들은 마치 영원히 살아갈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 내일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것들을 그저 '소모'하며 살아간다. 바다에 모이는 플라스틱 폐기물들은 우리의 생각 없는 쾌락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그 한편에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인간은 아무런 경고 없이 인류의 종말, 아마겟돈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가 그랬듯이 말이다. _ 본문 71페이지
우수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재활용될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해 내는 일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것이 재활용되어 순환하는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플라스틱 페트병이 다시 또 다른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완전히 재활용'될 때, 그리고 플라스틱 제품들과 포장재들이 처음부터 그 폐기와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질 때, 인간은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해 발생하는 지구의 환경 문제들을 줄이거나 전환시킬 수 있는 것이다. _ 본문 88페이지
'플라스틱에 점령당한 바다'
지난 10년 사이, 바다에는 두 개의 다른 쓰레기 더미가 더 생겨났다. 바로 일본과 하와이 사이의 서부 쓰레기 더미와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의 동부 쓰레기 더미다. 거대 태평양 쓰레기 더미의 규모를 이해하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_ 본문 110페이지
1만 2500개의 페트병으로 만든 배, 플라스티키를 만들 재료를 찾다가 플라스틱 산업에 관해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플라스틱 제품은 영원히 썩지도 분해되지도 않으면서 일회용으로 겨우 짧은 시간 동안 사용되고 버려진다는 것!
도대체 그 많던 해양 동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플라스틱 페트병 6개 중 5개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영원히 썩지 않고 초미세크기로 잘게 쪼개질 뿐이다.
하와이에서 발견된 죽은 바다거북이의 위장과 창자에서는 1000개가 넘는 플라스틱 조각들이 들어있었다.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70퍼센트는 바다에서 나온다.
해양오염의 80퍼센트는 육지에서 시작된다.
상어지느러미 수프를 만들기 위해 7300만 마리 이상의 상어들이 살육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죄가 없다. 플라스틱의 놀라운 특성은 의학과 과학기술, 오락, 교통 등, 현대 사회의 모든 면에서 엄청난 진보를 일에 해주었다. 문제는 플라스틱이 유용한 일생을 끝마치고 폐기될 때의 과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핵발전소도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자연생태계는 쓰레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배설물이나 죽은 사체는 다른 생명체에 의해 깔끔히 분해되어 미생물의 풍부한 먹이가 되지만, 플라스틱 폐기물들은 작은 조각으로 쪼개지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유기체도 플라스틱을 가공 전의 모습으로 분해해 돌려놓을 수 없다. 플라스틱은 자연 생태계에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기 때문에 자연의 분해 효소들이 아직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되지 않았다. _본문 121페이지
플라스틱병에 든 음료수는 마셔버리면 그만이지만 그 병은 수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플루토늄 폐기물은 안전해지기까지 25만 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만, 인간 문명의 역사가 고작해야 7000년이라는 사실을 한번 생각해 보자. _본문 185페이지
'거대한 푸른 사막, 바다의 눈물'
바다는 고릴라와 같아서 우리를 해칠 의도가 없으면서도 미친 듯이 광폭하게 돌변하며 그저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박살 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바다의 자애로움이 무한한 것이라고 마음대로 상상했고, 그래서 바다를 회복시키려는 노력 없이 계속해서 바다와 함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_ 본문 222페이지
페트병으로 만든 플라스티키의 모험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길 바란다.
바다를 구하는 것은 바로 이 지구에서 더 살아나가기 위한 우리 인류를 구원하는 일이다.
잘못된 점을 바로 잡을 시간적 여유가 있을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산업구조를 유지하다 보면 우리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쩌면 멸망의 시기가 이미 시작되었지만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지구가 티핑포인트를 넘었다고 주장한다. 수메르나 이스터 섬처럼 말이다.
양식업자들은 오히려 양식물고기가 더 맛있고 살도 많다고 말한다. 우리는 바다에서 직접 건져 올리든, 양식을 하든 모두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친환경적 방법으로 얻어진 것들을 소비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바다는 지구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나무와 석탄, 천연가스, 석유를 태우며 뿜어대는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을 흡수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역할도 하고 있다. 대신 바다는 산성화가 빠르게 진행됨으로써 피를 흘리고 있다.
또한 바닷물이 따뜻해진다는 건 이산화탄소 농도가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산호초가 죽고 산호초가 괴멸되면 바다의 산성화가 촉진하는 식이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이미 전체 산호초 지대의 4분의 1 이상이 파괴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끼가 환경오염의 지표인 것처럼, 파도를 견뎌내는 거칠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산호초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 단지 일주일 정도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산호초는 죽을 수 있다. 바닷물 온도가 섭씨 1도만 올라가도 산호초는 심각하게 탈색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른다. 다양한 해양생물들을 품어주는 산호초의 죽음은 생태계가 멸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_본문 233페이지
'그래도 항해는 계속된다'
거대한 바닷물의 벽이 우리를 향해 무너져 내렸다. 물이 쏟아져 내릴 때마다 나는 살기 위해 선실벽이든 삭구든 손에 걸리는 대로 움켜쥐었고 그때마다 팔이 몸에서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_ 본문 263페이지
▼ 바다를 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
에너지가 새는 곳을 막아라 - 이산화탄소는 바다를 산성화 시킨다.
운전은 조금만 하고 많이 걸어라 - 석유를 뽑아 운반하고 주유소까지는 오는데 심각한 탄소발자국과 기름유출을 유발한다.
물을 아끼자 - 지구상에는 대한민국처럼 깨끗한 물을 못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해산물을 신중하게 섭취하자 - 총알오징어는 새로운 어종이 아니라 새끼오징어라는 사실, 멸종 직전까지 남획되고 있다.
유통기한 지난 약물은 안전하게 버리자 - 약물을 그냥 버리면 토양 생태계에 축적되고 지하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외에도 자동차 세차할 때, 샤워용품이나 샴푸, 린스, 스크럽제품을 쓸 때, 수세미나 샤워볼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면 먹이사슬 맨 위에 있는 인간의 몸속으로 되돌아온다. _ 본문 중에서
2010년 다섯 명의 선원과 함께 환송을 받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여 호주 시드니까지 장장 1만 6,000킬로미터를 항해하며, 플라스티키와 선원들은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쓰레기 섬을 실제로 대면하고 그 쓰레기 때문에 죽어가는 생명체들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세계적인 부호이자 탐험가로 유명한 저자가 한낱 플라스틱으로 만든 배를 타고 거대한 태평양을 항해한다는 뉴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인터넷으로 중계된 플라스티키의 항해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던 환경오염 문제의 위기를 인식하고, 지금 당장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시급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콘티키호 뗏목보다는 크고 좋은 장비를 갖추었지만 연약한 플라스티키에 의지하여 거대하고 변화무쌍한 태평양에 도전하는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와 특별 기고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책이다.
태평양은 이름 그대로 지구에서 가장 큰 바다여서, 쓰레기 더미를 전부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거기로 모여든 플라스틱은 해양을 변화시키고 생태계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심각성을 알면서도 분리수거 잘하고 일회용품을 덜 쓰려고 노력하는 거 외에는,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과학과 기업이, 국가와 전 세계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잘 이끌어 주기를 기대하면서,
엉뚱하게도, 평생 일하다 정년퇴직해서 모아 둔 돈으로 일반 대중은 사기 힘든 요트를 구입해서 자신의 꿈을 좇아 여행 가는 사람을 단순 비난하지 말고 조~금만 부러워하면서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그런 꿈을 공유하는 사회, 우리 기업 오너들도 일만 하는 좋은 이미지를 보이기보단, 로스차일드 급의 스케일은 아니더라도 품격 있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건강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